한국 경제가 벼랑에 선 이유를 짚어가다 보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한국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원형질이 이 시기에 완성됐다. 대한제국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일본은 조선에서 ‘식민지형 근대화’를 추진했다. 1910년대에는 농업 식민지와 일본 공업제품의 시장으로 조선을 유지하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호황기를 맞아 팽창한 일본 경제가 중국 대륙 진출을 꾀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격 공업화에 착수하게 된다.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금융을 장악했고, 산업정책을 수립해 기업들을 동원했다. 권력과의 유착 속에 경성방직 같은 기업들이 성장을 구가했다. 100년간 유지돼온 관치금융과 재벌체제가 이때 형성됐다. 이 시기 공업화와 자본축적이 진전됐고, 자본주의 유지·발전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