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국제여론전, 전략적인 보도전으로 확고한 주도권을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선노동당 고급간부의 내부 강연 녹음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강연이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후 지난 2월 핵실험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으나 강연장소나 간부의 신원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녹음기록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간부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보도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놈들(미·일 등)은 ‘중지하라’고 말했지만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며 “적들은 우리 의도를 모른 채 (발사 전) 시간이 지연되는데 질려서 우리 의도대로 끌려왔다”고 북한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해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당시 관방장관이 “(쏘려면) 빨리 쏴버리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을 예로 들며 “(관방장관은) 매우 안달이 나 발언했다가 비판을 받았다”며 전술의 효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일 “10일부터 22일 사이에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뒤 같은 달 12일 로켓을 발사했다. 하지만 발사 직전인 12월10일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발사 예정일을 같은 달 29일까지 연장하거나 갑자기 로켓 해체 움직임을 보이는 식으로 주변국을 교란했다. 이 간부는 김정은 제1비서가 “(국제사회가) 찬성할 때보다 반대할 때 (로켓을) 발사하는 쪽이 우리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거리 로켓 발사의 의미에 대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끌려가지 않고 조선(북한)은 스스로의 스케줄을 만들어 조(북)·미 대결의 종착점을 향해 힘있게 나가고 있다”며 북·미 대화를 위한 자국의 입지 강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한편으로 “(로켓을) 한번 쏘는 데 3000만달러(330억원)가 필요하다”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서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발사비용을 둘러싼 북한의 고민을 엿보게 했다. 이 간부는 또 “1단 추진체가 중국 상공을 지나다가 떨어지면 복잡한 문제가 일어난다”며 “로켓 조종 기술로 (발사) 각도를 정확하게 움직여서 중국 상공을 지나가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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