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남쪽 끝에 위치한 오키나와(繩沖)와 일본 본토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간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사고가 잦은 미군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배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주권회복 기념일’ 개최가 오키나와 주민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중·일 갈등 영향으로 미국 의존심리가 높아지면서 본토의 우익들은 ‘매국노’ 등 거친 언사를 써가며 ‘오키나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열패감에 빠진 오키나와 현지에선 ‘독립론’이 불거지고 있으며, 깊어진 갈등의 틈을 타고 중국이 오키나와 영유권을 거론하는 심상치 않은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보수·우익월간지 ‘세론(正論)’은 최근호(6월호)에서 ‘미·일동맹의 적을 용서하지 말라’는 제목의 오키나와 특집기사를 실었다. 후텐마(普天間) 등 오키나와 미군기지 일대에서 벌어지는 반대운동이 미군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과 공갈 수준으로 과격한 데다 현지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반미’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후텐마 기지 게이트 앞에서 연일 기지반대 활동가들이 메가폰으로 미군 승용차에 고함을 지르거나, 아예 차유리창 안으로 메가폰을 집어넣고 협박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고가 잦은 미군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에 대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체조사를 통해 벽신문을 제작하도록 한 중학교의 수업을 소개하며 “의무교육 현장에서 소름끼치는 (반미) 세뇌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에서 '주권회복 기념식'이 열린 4월28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굴욕의 날' 집회/경향신문 DB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 본토 우익들의 시선은 아베 정권 등장 이후 더 험악해지고 있다. 지난 1월27일 도쿄 긴자에서 열린 미군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배치반대 집회에 참석한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매국노” “일본에서 꺼지라”는 우익단체 회원들의 고함이 쏟아졌다. 중·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미집회를 여는 것은 미·일 동맹에 찬물을 끼얹는 매국행위라는 논리다. 우익들이 모여드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오키나와의 좌익들이 중국의 공작원이며 중국정부로부터 활동자금을 받고 있다”는 등의 근거없는 비방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도보다 조금 큰 2276.49㎢에 140만명이 거주하는 오키나와는 메이지(明治) 시대인 1879년 일본에 병합됐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지상전을 치르면서 10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종전 후엔 일본 본토를 대신해 1972년까지 미군정의 지배를 받았고, 전체 주일미군기지의 74%가 배치돼 있다.
전후질서의 모순이 집약된 오키나와에 대해 과거 일본인들의 시선에는 온기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냉랭해지고 있다. 특히 보수·우익인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 오키나와에 대한 ‘푸대접’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느낀다. 특히 지난달 28일 일본 정부 주최로 열린 ‘주권회복의 날’ 행사에서 아베 총리 등 참가자들이 일왕 앞에서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萬歲)’를 외친 것은 오키나와 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4월28일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돼 일본이 점령체제에서 벗어났지만 대신 오키나와가 1972년까지 미군정 통치를 받게 된 ‘굴욕의 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덴노헤이카 반자이’란 외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인들에게 강요된 집단자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대만 어선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부근 조업을 인정하기로 한 일·대만 어업협정도 오키나와 현과의 사전협의 없이 진행했다. 뒤늦게 결과를 전해들은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심히 유감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북한 미사일 발사위협에 대비하겠다며 오스프리 12대를 추가 배치하기로 하자 주민들은 “지지율이 높아지니 오키나와는 무시해도 되는 거냐”며 반발했다. 오키나와 현지에서는 이런 푸대접을 받느니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주장들이 강해지고 있다. ‘류큐(옛 오키나와 이름)독립론’을 주장해온 마쓰시마 야스가쓰(松島泰勝) 류코쿠대학 교수(50)가 주도하는 류큐독립론 연구회가 오는 오키나와 반환 41주년인 오는 15일 발족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일본 오키나와(沖繩)섬의 영유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오키나와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현지 언론인 류큐타임스는 지난 10일자에 “일본 정부는 중국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과거 일본이 무력으로 오키나와를 병탄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오키나와의 반응은 중국 비판 일변도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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