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전직 고위 외교관, 아베 대외정책 비판

서의동 2013. 6. 13. 09:30

일본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한국,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외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당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외무심의관을 지내며 북·일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66) 일본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12일 마이니치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언행이 ‘일본에서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낳고 있다면서 “한국, 중국 등에 일본을 공격할 구실을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는 확정돼 있지 않다’는 발언, 무라야마 담화(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담화) 수정 발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정당화 발언 등을 거론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과 관련한 민감한 발언들을 반복하면 “애초부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만다”며 “참의원 선거 때까지 자제한 뒤 이후 또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낳고 있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 좋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일본이 중국, 한국과의 관계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상황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나카는 아베 외교가 ‘중국견제’를 기치로 내건 데 대해 “러시아와 인도, 동남아시아 등과의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옳지만 이를 ‘가치관 외교’라고 칭하면 중국을 소외시키게 된다”며 ‘가치관 외교’를 구호로 삼는 것은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은 소리나지 않게 해야 할 일”이라며 “큰 소리로 ‘견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66) 전 외무성 외무심의관을 이례적일 정도로 거칠게 비난했다. 아베 총리와 다나카 전 심의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대북정책을 놓고 ‘견원지간’으로 불릴 정도로 대립해왔다. 

 

아베 총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다나카 전 심의관의 인터뷰 기사를 거론하면서 “그에게 외교를 말할 자격은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 시절인 2002년 납치 피해자 5명이 일본에 일시 귀국했을 때 다나카 당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의 요구대로 “북한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거론하며 관방 부장관이던 자신이 납치 피해자를 북한에 보내선 안된다고 주장한 끝에 납치 피해자와 그 자녀들까지 일본으로 데려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 다나카 국장의 판단에 따랐다면 피해자 5명과 자녀들은 지금도 북한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외교관으로서 결정적인 판단 착오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전의 (다른)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또 “그는 (북한과의) 교섭 기록 중 일부를 남기지 않았다”며 “그는 외교를 말 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당시) 마이니치신문 등 일부 매스컴은 내 판단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다나카의 인터뷰를 실은 신문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다나카는 고이즈미 총리 시절 북·일 정상회담의 실무를 책임졌으나 추진 과정에서 대북 강경파였던 아베 당시 관방부장관과 의견대립이 잦았고,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일본 외교가에서 ‘견원지간’으로 통했다. 

 

다나카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언행이 ‘일본에서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낳고 있으며 “한국, 중국 등에 일본을 공격할 구실을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