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기업과의 합병을 추진해오던 사장을 이사회가 전격 해임시켜버린 ‘쿠데타’가 일본의 한 대기업에서 벌어졌다.
14일 일본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 2위 업체인 가와사키(川崎) 중공업은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하세가와 사토시(長谷川聰) 사장 등 이사 3명을 해임하고, 무라야마 시게루(村山滋) 상무를 후임 사장에 임명했다. 이사 13명 전원이 참석한 이사회에서는 전 사장이 추진해온 미쓰이(三井)조선과의 경영통합을 백지화시키며 불과 35분만에 마무리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이사회 결정을 ‘35분의 쿠데타’라는 제하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 khi.co.jp
이사회는 사장을 돌연 해임한 이유로 전 사장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업계 5위인 미쓰이조선과 합병 교섭을 밀어붙였다는 점을 중시했다. 이날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라야마 신임 사장은 “(전 사장이) 이사회를 경시한 채 통합을 밀어붙이는데 대해 불신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사장 전격해임은 최고경영자라도 ‘네마와시(根回し)’로 부르는 사전협의와 의견조정 없이 독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일본식 경영을 보여주는 사태로 평가된다.
전 사장은 업계재편에 의한 효율화 차원에서 미쓰이조선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사들 대부분이 하세가와 사장의 독주에 불만을 품고 합병추진 중단을 요구했으나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판단을 받자며 추진을 계속했다가 주총 2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해임된 것이다.
가와사키 중공업의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매출은 1조2800억엔, 미쓰이조선은 5770억엔이었다. 양사가 통합하면 일본 조선업계의 독보적인 1위 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연 매출액 약 3조엔)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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