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한국 징용 배상 확정 판결 나오면 ICJ 제소”

서의동 2013. 8. 30. 19:10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에서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징용피해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신일철주금이 대법원 패소가 확정되면 배상하겠다는 의향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고 오히려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역공’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산케이신문은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주변에서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일본 측에 하자가 없는 만큼 국제사업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도 양국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 양국이 합의한 제3국의 위원을 포함한 분쟁 중재위원회를 발족시킨다는 한일청구권협정 규정을 근거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일철주금은 지난 6월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으며,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한국 사법부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배상에 나설 경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간주해온 전후처리 질서가 무너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개별행동을 저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지난 21일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문제는) 해결이 끝났다. 협정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당 기업에 연락해 대응하겠다”고 밝혀 정부차원의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은 열리지 않지만 일본은 이미 해결이 끝난 전후배상 문제를 뒤집는 판결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한·일관계가 가뜩이나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나설 경우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