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이곳 생활은

서의동 2004. 3. 27. 18:52
지금까지는 '세팅'같은 거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가구,가전제품 사러 다니고 외국인등록, 의료보험,국민연금 가입, 은행계좌 개설, 전화,인터넷 설치 등등. 말이 서툴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통 못알아들었는제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요샌 TV드라마도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요.  

몇가지 생활의 재미랄까 즐거움같은 것도 생기고 있어요. 우선 가장 맘에 드는 건 자전거입니다. 거의 다리나 다름없죠. 책상같은 짐도 뒷좌석에 칭칭감아서 집으로 옮길 수 있고, 꼼양 뒤에 태우고 여기 저기 바람쐬고(꼼양은 자전거만 타면 곧잘 잡니다). 차가 없는 가운데 자전거가 생활반경을 무지 넓혀주고 있어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계좌개설도 전화도 놓기 힘들지만 여기 이웃은 친절한 편입니다. 건너집의 다나카 할아버지는 우리가 외출할 때만 눈여겨 보고 있는 것처럼 자주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이것 저것 물어보고 관심도 가져주십니다. 쓰레기 봉투도 주고, 아사히 신문에서 준 백합도 심어주고, 특히 욘짱(이현이)을 좋아합니다. 욘짱도 다나카상만 보면 손을 흔들고 좋아해요. 집에서 걸어서 1분쯤 거리에 코알라마을이란 자원봉사 아줌마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는데 거기의 아사코상이란 분이 4월부터 딸기한테 일본어를 가르쳐 주기로 했고 그곳의 구니코상 등등도 욘짱 보육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고 전화도 걸어주고 했답니다.

학기가 4월부터라서 요즘은 거의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딸기랑, 욘짱이랑 저녁무렵에 자전거타고 어슬렁 어슬렁 동네를 돌아보는 일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느림의 미덕이랄까 요즘 그런 것도 느껴봅니다. 종종걸음으로 살아온 인생에서 이런 때도 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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