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정몽헌 회장과 애국사업

서의동 2003. 8. 7. 18:53
예전에 이곳에 정주영회장이 돌아갔을 때 애국사업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애국사업'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농협이 최근에 민족은행이란 용어를 쓰듯이 우리 가슴한켠에 있는 동포애와 센티멘탈리즘을 자극,최대한의 효과를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정주영회장은 그 애국사업의 선구자였고 오늘 투신한 정몽헌회장은 선친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어받은 2세였습니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추진이란 사업을 벌여나가면서 북한과의 단단한 연을 맺어온 그가 북한이 부시행정부의 압박과 남한사회에서 일고 있는 '반북분위기'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신했습니다. 그는 유서에 유골을 금강산에 묻어달라고 힐 정도로 애국사업에 애착과 집념을 보여왔습니다. 그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다기 보다는 먼저 당혹스럽고 안타깝습니다.)

혹시 김보애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영화배우 김진아의 어머니이자 그역시 영화배우였던 대북 사업가입니다. 무슨기획인가 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북한과의 사업을 10년이상 해오고 있습니다.  사업성으론 정말 꽝인 북한과 사업하면서 번번이 골탕도 먹고 했지만 그런 가운데 미운정 고운정 다들어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도 최근엔 각종 사업에서 김씨의 발언권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애국사업이 전혀 시장원리를 무시한 '퍼주기'였을까요? 한나라당 애들이 지랄떨 듯이 국가를 팔아먹는 역적행위였을까요? '정주영영감'이 말년에 노망이 도져 수구초심에서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던 걸까요?

모든 사회주의 국가와의 사업은 초기투자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측면이 있었고 특히 50년전에 전쟁까지 치렀던 북한과 사업을 벌이려면 북한의 마음문을 여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소련과 수교할 때 차관명목으로 준 30억달러는 아직도 절반이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에게서 시장마인드를 기대하는 것은 정회장이 금강산 사업협상을 할 때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막무가내인 사람들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 결국 사업권을 따냈고 달러맛을 알아버린 북한이 금강산 배가 정박하는 장전항에 잠수함 기지를 옮겨버리도록 한 것은 오직 정씨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삼성같으면 몇백년 협상을 해도 성사못시켰을 것입니다)

소 5백마리를 끌고 휴전선을 넘는 창의력과 초기에 조금 손해보더라도 밀고 나가는 배짱 때문에 북한은 결국 마음문을 열었습니다. (왜 통일이 중요하고 민족이 무어 그리 중요한가 등등의 의문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죠.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국사업이 남긴 부정적 후과는 일단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비용이 엄청나게 커져 버린 것이죠. 현대의 물량공세에 맛이 들린 대남담당자들이 공공연하게 뒷돈을 요구한다든가, 사업비를 터무니없이 요구한다든가 하는 것이죠.

아무튼 그의 죽음은 노무현정부들어 조리돌림당하고 있는 햇볕정책의 신세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민족화해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사람들이 수의(囚依)를 입거나 특검조사대에 올라 발가벗겨지고 있는 현실이 정말 서글픕니다. (소련에 차관 30억달러 빌려준 건 왜 수사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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