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과 정관계 유착구조 생생하게 묘사
관가 "너무 정확하다" 비상...저자 색출 나서
일본 정부부처의 현역 관료가 신원을 숨긴 채 원전 마피아들의 움직임을 파헤친 ‘복면소설’이 일본의 관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전력회사와 정치권, 정부부처 간의 유착을 통해 원전정책이 추진되는 상황 묘사가 ‘내부고발’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해 작가의 정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출간돼 1개월여 만에 6만5000부 넘게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원발(原發·원자력발전) 화이트아웃>(고단샤)의 작가는 와카스기 레쓰(若杉冽)란 필명의 현역 관료. 프로필에는 ‘도쿄대 법대 졸업, 국가공무원 1종시험 합격, 현재 가스미가세키(霞が關)의 정부부처 근무’라고만 돼 있다. 책은 전력회사가 정치헌금과 선거지원을 통해 정치가들을 조종하고, 여론까지 움직여가는 내부 구조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에너지 관련 부처의 직위가 그대로 등장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읽으면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사실에 가깝다. 자민당 고노 다로(河野太郞) 중의원 의원도 트위터에 “원자력업계에 관해 묘사된 내용이 매우 사실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관료사회에서도 “묘사가 지나치게 정확하다. 대체 누가 이런 책을 썼느냐”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작가는 최근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일간지들과 가진 익명 인터뷰에서 책 내용에 대해 “(재직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 절반, 간접적으로 들은 것이 나머지”라고 밝혔다. 그는 “아베 신조 정권의 등장으로 정부, 전력업계, 정치권이 원전 재가동을 향해 움직이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직접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력회사가 하청업체에 시세보다 20% 비싼 공사비로 발주한 뒤 하청업체가 그중 일부를 전력업계 단체에 납부하면 업계 단체가 정치가들을 움직여 원전 추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력업계와 정치권의 유착 시스템에 대한 묘사는 현실에 기반을 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부처가 모여있는 가스미가세키 http://blog.goo.ne.jp/tarutaru22
그는 “ ‘일본의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아베 총리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있지만 공무원인 만큼 수비(비밀엄수) 의무가 있다”며 “그래서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대로 재가동을 용인하면 안된다’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청에서 범인 색출 작업이 시작된 것과 관련해 “신원을 밝히면 그걸로 아웃”이라며 “되도록 오래 부처 내에 버티면서 발신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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