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가 처음으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갖고 양국 외교·안보문제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 견제 대열에 러시아를 끌어들이려는 일본의 의도에 러시아는 냉담한 태도를 보였고, 되레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양국간 입장차가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양국은 2일 도쿄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문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일본 해상자위대와 러시아 해군간에 테러, 해적 대처를 위한 합동훈련을 실시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또 일본 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 중인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과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등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 러시아 측의 이해를 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는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정례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일·러간 안보관계 강화는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양국 신뢰 강화와 지역문제에 관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한 것은 미국, 호주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가 세 번째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러간 관계 강화도 불가결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이번 회의가 대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다. 회의 직전에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중국이 없는 자리에서 중국에 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본도 잘 알고 있다”면서 사전에 쐐기를 박았다. 회의에서도 중국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으나 러시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이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반환을 희망하는 북방영토(쿠릴열도)문제에 대해서도 내년 1월 차관급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회의에서 러시아의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미·일이 주도하는 MD 체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일본 내의 MD 배치는 순수한 방위적 목적이라고 설명했으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회의 뒤 회견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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