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 대변인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통감을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고 불러 파장을 일으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9일 정례회견에서 전날 한국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이러한 움직임은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그동안에도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왔다”면서 “일본의 주장을 분명히 한국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에 “역사를 겸허히 반성하고 직시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이라며 “이런 분에 대해서 ‘범죄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일본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측에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은 없다고 밝히고 “표지석 설치와 관련한 한·중간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회견에서는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과잉반응”이라며 “기존 우리나라의 입장을 담담히 밝혔을 뿐”라고 다시 맞받았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박 대통령의 안 의사 관련 언급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현장인 하얼빈역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는 메이지(明治) 헌법의 초안을 작성하고, 양원제 의회의 확립에 기여했다는 등 이유로 일본 국내에서는 근대화를 이끈 인물로 추앙받지만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과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지난 7월 이토 히로부미를 를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워 한국 여론의 반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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