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하원)이 ‘현대판 치안유지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특정비밀보호법안을 26일 통과시켰다. 두 차례 선거승리로 국회 다수를 장악한 아베 정권이 국민 알권리를 제한하는 문제법안을 충분한 의견수렴과 심의도 거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어서 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은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긴급 상정해 가결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공산당·생활당 등이 반대하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60%가 우려하고 있는데도 강행처리한 것이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상·하원 과반의석을 장악하고 있어 법안은 내달 6일까지인 국회회기 중 참의원(상원)을 통과해 성립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여러가지 독소조항이 많은 위험한 법안을 강행처리한 데 대한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와 외교, 첩보행위, 테러 등의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은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언론인이 공무원으로부터 ‘특정기밀’을 취득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 특히 행정기관의 장이 ‘국가안보에 현저한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에 비밀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라도 특정비밀을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비밀보호법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공직사회의 ‘내부 고발’마저 봉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해 영원히 감출 수 있는데다 무엇이 특정비밀인지 확인·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언론취재나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자의적으로 처벌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일본 언론계는 물론 법조계, 문화계, 여성계 등도 비밀보호법이 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이 반정부·반체제운동을 누르기 위해 제정한 ‘치안유지법’이나 다름없는 악법이며, 일본의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해왔다. 비밀보호법이 중의원을 통과한 이날 시민단체 회원 등 수백명이 도쿄의 국회 근처에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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