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여성에서 성전환한 부부가 제3자의 정자를 받아 낳은 아이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처음으로 법적 친자관계임을 인정했다. 남성과 아이 간에 혈연관계는 없지만 함께 가정을 꾸리고 있는 부부 상태임을 중시한 판단으로, 다양화되는 가족 형태와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1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최고재판소는 지난 10일 성 동일성 장애 때문에 여성에서 성별을 전환한 효고현 시소시 거주 남성(31)과 부인(31)이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장남(4)을 법률상 부부의 아들(적출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부부가 혼인 중에 임신해서 아이가 태어났으면 아버지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민법 규정을 적용해 친자관계를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남편은 유치원 시절부터 성정체성에 이상을 느껴 고심해오다 2004년 성전환수술을 받고 2008년에 관련 법에 따라 성별을 바꾸고 부인과 결혼했다. 부인이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임신해 2009년 장남이 태어났고, 구청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담당자는 “남편과 아이 간에 혈연관계가 없다”며 아이 호적의 부친란을 공란으로 비워놓는 등 ‘혼외자’ 취급을 했다. 부부는 친자관계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으나 이번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부자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부부는 지난해 5월 출생한 차남에 대해서도 친자관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성별을 변경한 남성의 결혼을 인정하면서 아내와의 성관계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자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부자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 동일성 장애학회 측은 “아이를 원하는 성 동일성 장애를 겪은 부부에게 희망을 주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가족법 전문가인 니노미야 슈헤이(二宮周平)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성 동일성 장애자의 성전환에 따른 부부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재판부 5인 중 3인이 찬성, 2인이 반대하는 등 진통을 겪었으며, 일본 법무성에서는 “지나치게 나아간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84명이 성 동일성 장애 때문에 법에 따라 성별을 변경했으며, 성전환한 남편의 부인이 아이를 낳아 혼외자가 된 사례는 39건이다.
현재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커플의 출산·양육에 관한 법적 권리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성문화된 법을 갖고 있지 않다.최근 영국에서는 트랜스젠더 부부의 쌍둥이 자녀를 부모에게서 격리시켜, 부부 중 한쪽의 부모에게 양육권을 준 법원의 조치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부모 중 한쪽이 성전환자일 경우 자녀를 법원 결정에 따라 양육시설 등에 강제위탁할 수 있도록 한 주가 많아 종종 논란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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