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김정남 책 펴낸 일본 언론인 고미 “김정남 위험할수도”  

서의동 2013. 12. 13. 15:16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주고받은 e메일과 대면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해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펴낸 북한 전문가 고미 요지(五味洋治·55·사진)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13일 “김정남이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비슷한 노선을 주장해왔고, 오랫동안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김정남의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스스로 ‘내가 고모와 고모부(장성택)로부터 특별한 애정을 받고 있다’고 말해왔다”면서 “생각이나 노선도 장성택과 매우 흡사해 ‘경제발전하지 않으면 북한은 망한다. 중국이 좋은 경제발전 모델이다’라고 몇차례나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후계자로 탐탁지 않게 여겼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11년 5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김정남은 김정은에 대해 ‘아버지가 정한 후계자이니 잘할 것으로 믿지만, 젊고 경험 부족이라 걱정이다. 우선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김정남은 ‘언제라도 김정은에게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은 했지만, 왜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웠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고 했다. 

 

고미 위원은 특히 북한이 ‘정변을 꾀한 역적’이라는 혐의를 걸어 장성택을 처형한 만큼 그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김정남을 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시엔 부친(김 위원장)이 살아 있었으니 (김정남이 무슨 말을 하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장성택 의 처형을 접하고 김정남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무렵에는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막 확립됐을 때였지만 당시에도 자신의 신변에 대해 조금 신경쓰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의 최근 행적에 대해 “그의 주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김정남이 중국에 체류할 때는 중국 정부의 경호인력이 두 배로 늘었으며, 이동 시에는 만약에 대비해 어느 차에 타고 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똑같은 모양의 차 2대로 다닌다고 한다. 싱가포르에 거처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어느 것이건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에서 서울과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한 고미 위원은 베이징 특파원이던 2004년부터 김정남과 150여통의 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7시간가량 대면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초 책을 출간한 이후 김정남과 연락이 끊겼다. 그는 “그가 중국에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올여름 중국 현지에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메일도 계속 보내고 있지만 답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일본 정부 “신중하게 정세 주시”


일본 정부는 13일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신중하게 정세를 주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 각료들은 뜻밖이라는 반응도 숨기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관계국과 긴밀히 연계하면서 냉정히 정세를 주시하고 정보수집에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담당상은 “바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것으로 생각된다. 권력투쟁을 포함해 김정은 체제에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이번 처형이) 군부의 영향력 강화로 연결된다면 앞으로 북한의 동향이 보다 첨예화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경계감시를 확실히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13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사형했다는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NHK는 아침 뉴스부터 장성택의 처형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했으며, 산케이신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도 인터넷 속보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NHK는 “실력자인 장 전 부위원장을 신속하게 처벌해 명실상부하게 김정은 제1비서를 정점으로 하는 지도체제가 확립됐다는 것을 부각하는 동시에 장 전 부위원장을 본보기로 내부 단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