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야스쿠니신사 참배 후폭풍...미일관계 고비 맞나?  

서의동 2013. 12. 27. 15:4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미·일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스쿠니 참배에 미국이 이례적으로 강경대응을 보이자 일본은 유일한 외교 버팀목인 미·일관계에 균열이 일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은 26일(현지시간) 주일대사관에 이어 미 국무부 명의의 성명을 내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disappointed)”고 밝혔다. 동맹국간에 좀처럼 쓰지 않는 ‘실망’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베 정권의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에 대해 여러차례 경고사인을 보냈음에도 ‘선을 넘어버린’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오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27일 야스쿠니 참배로 “미·일관계에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고, 보수계열인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미·일관계를 가장 중시해온 총리에게 (이번 참배는) 오산이었던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감을 표출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참배 당시 조지 W 부시 정권이 “일본 정치인들과 일본 총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넘긴 것과는 대조된다. 오바마 정권은 같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간의 관계악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댜오)열도를 둘러싼 중·일간의 대립격화를 우려해왔고,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에 신중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10월 방일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 전몰자 묘원을 찾아 참배하며 ‘암묵의 경고’를 보낸데 이어 조 바이든 부통령이 12월 초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참배로 오바마 행정부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진 셈이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미·일동맹의 복원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삼고 지난 1년간 지대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에는 농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가했다.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비 감축으로 신음하는 미국에게 아베 정권은 아시아 안보의 한 축을 자임하겠다고 설득해왔고, 그 결과 지난 10월 미·일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태평양에서 핵심 파트너로 삼고, 한·미·일 삼각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전략을 다듬어 왔다. 

 

하지만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로 이런 전략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역사인식 문제를 중심으로 한·중과 일본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미·일관계가 이번 사태로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한때 ‘밀월관계’로 불릴 정도이던 양국관계에 생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일관계 개선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해당된다”며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도 잘 아는 만큼 그에 역행하는 행동을 취한 것에 기분이 좋을 리 없다”며 이번 사태가 미·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 정부 “야스쿠니 대체시설 짓자”는데 부정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본에서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추도시설 건립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27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오하타 아키히로 민주당 간사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외국 정상이 모두 위령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당으로서의 의견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간부도 같은 날 “누구나 참배할 수 있는 추도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해결책의 하나이며, 우리는 이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보수계열인 요미우리신문도 27일 사설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신사는 일왕이나 외국 요인도 참배하기 어렵다”며 “무종교적인 국립추도시설 건설안을 축으로 누구나 마음의 응어리 없이 참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국내외의 반발을 사면서 외교적 파장을 빚자 대체시설 건설이 논의돼왔으나 자민당의 반대 의견이 강해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 참배 파장을 계기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벗겨내기 위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을 분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 등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회견에서 “국립추도시설은 많은 국민의 이해를 얻고 (국민이) 경의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나 현재로서는 국내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스가 장관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분사에 대해서도 “야스쿠니신사가 결정할 사안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신교 자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미·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동안 축적돼온 관계가 있다. 아베 총리의 참배 취지를 끈질기게 설명하면 (미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