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 주둔 중인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발을 지원받은 문제가 한·일 양국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빛부대가 자위대 측에 직접 실탄을 요청해온 정황을 속속 밝혔으며, 정부는 유엔에 먼저 요청을 한 뒤 실무 차원에서 일본과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5일 자위대가 한빛부대에 5.56㎜ 소총 실탄 1만발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제공을 요청할 당시 현지 부대가 보유 중인 실탄수를‘1인당 15발’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자민당 간부에게 이같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 부대가 탄약부족 상황을 일본 측에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지원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24일 자위대의 탄약이 공급된 것과 관련해 “제공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외교당국 간의 협의로 유엔을 사이에 끼워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일본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현지 자위대 부대장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에게 탄약을 전달받은 한국 측 부대장이 “협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화상전화로 보고한 사실도 공개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정부는 25일 유엔에 먼저 탄약 지원을 요청했으며, 일본 측과는 이후 실무적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한빛부대가 지난 21일 상황평가 회의 때 유엔의 선임 연락장교에게 탄약 지원을 요청했고, 이 장교가 본부에 한국군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며 “유엔 측에서 미국과 일본 부대에 탄약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엔에 먼저 요청을 한 뒤 탄약지원과 관련한 실무를 위해 일본 측과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일본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처럼 일본에 먼저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 지난 21일 유엔에 실탄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은 후에 이어 일본 측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자위대에 직접 요청을 한 것인지, 단순 실무접촉을 한 것인지 대해서는 양국 주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상황에 대비해 보충용 실탄을 확보했다’는 국방부의 주장과 한국군이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며 전화를 했다’는 일본의 상황 설명도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는 대일 강경 태도를 보여온 박근혜 정부가 자위대와 한국군 간의 접촉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 측이 당초 ‘비공개’를 전제로 요청했으나 일본이 이를 역이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입장에선 상황이 급박해 지원요청이 불가피했지만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 확대와 무기수출을 추진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군사적 협력을 하는 모습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실탄제공 사실을 공표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일본과의 친밀함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 한국 측의 이런 완고한 자세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가 실탄 지원 문제를 과도하게 홍보하는 등 현 상황이 정치적으로 비화해선 안된다는 입장이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지난 24일 외교 경로로 일본 측에 한빛부대 실탄 지원 문제와 관련한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일본 측에 “군사적 사안이 정치적으로 비화하면 한·일 군사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안이 정치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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