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전 총리 3인, 아베 독주 막나

서의동 2014. 1. 12. 20:56

ㆍ호소카와, 도쿄도지사 출마 뜻… 야권 재편 등 정국 판도 흔들 듯

ㆍ‘탈원전’ 뜻 모은 고이즈미와 ‘정치적 수제자’ 노다 지원 유력

3명의 전직 총리가 힘을 합쳐 현 정권에 대항하는, 일본 초유의 정치 이벤트가 무르익고 있다. 다음달 9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5) 전 총리가 후보로 출마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지원에 나서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차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거대여당 독주체제를 굳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전직 총리들이 힘을 합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재편이 촉진되는 등 일본 정국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총리(왼쪽부터). | 경향신문 자료사진


1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호소카와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으로 사퇴한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지사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 ‘탈원전’의 기치를 내걸고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호소카와는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수출 정책을 “범죄적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탈원전 소신을 강하게 펼쳐왔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이번 선거는 일본의 운명이 걸렸다. 낙선해도 좋으니 입후보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번 선거를 선거 참패로 괴멸한 야당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호소카와는 자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가 1992년 정치개혁을 내걸고 일본신당을 결성, 이듬해 8월 출범한 비자민 연립정권의 첫 총리를 지냈으나 불법자금 수수 의혹으로 8개월 만에 물러났다.

호소카와는 최근 공개강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탈원전을 주창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2001~2006년 재임)와 14일 회담을 가진 뒤 출마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고이즈미가 선거지원에 나설지는 확실치 않지만 두 사람이 지난해 10월 만나 탈원전에 의기투합했으며 도쿄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서도 서로 출마를 권유한 바 있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호소카와의 ‘정치적 수제자’인 노다 전 총리(2011~2012년 재임)는 연초부터 출마를 권유한 바 있어 선거지원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호소카와의 선거 출마 방침은 일본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을 지원해 손쉽게 승리를 거두려던 자민당은 비상이 걸렸다. 5년5개월간 장수총리를 지내며 은퇴 이후에도 대중적 영향력이 큰 고이즈미가 전면에 나서 호소카와를 지원할 경우 판세가 일거에 흔들릴 우려가 큰 데다 자민당 내에서도 이탈세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호소카와 진영에 보수색이 강한 아베 정권에 반감을 갖는 옛 일본신당 세력들이 집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빈사 상태에 빠진 야권이 재편될 경우 장기집권을 노리는 아베 정권의 정국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