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핵무기는 극한적 상황에 한정해야 한다”며 핵무기 사용을 용인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빚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20일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넓게 취하는 국가도 있지만 (핵보유국은) 적어도 개별·집단자위권에 근거해 극한에 상황에 한정하도록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長崎)시의 나가사키 대학 강연에서 핵무기 축소를 위한 실천적인 단계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아사히는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에 강연장에 있던 원폭 피해자가 “핵전쟁을 인정한다는 것이냐”고 질문하는 등 사실상의 반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결코 우리나라(일본)가 사용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핵이 없는 세상이라는 큰 목표를 전진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논의하면서 든 예”라고 해명했다.
강연을 들은 원폭 피해자 2세는 “원폭 피해지인 나가사키에서는 핵무기를 절대 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주민이) 가지고 있다. 한정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쓰치야마 히데오(土山秀夫) 전 나가사키대 학장은 “일본이 핵 폐기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자세를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의 발언은 핵억지력에 안보를 의존하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이면서도 핵무기 불사용을 위한 국제 논의에 반대해왔다. 지난해 4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준비회의에서 핵무기 비인도성과 불사용에 관한 국제 공동성명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일본의 안보 정책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이 성명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한국도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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