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정권, 오키나와 나고시장 선거패배에도 미군기지 이전 강행방침  

서의동 2014. 1. 20. 21:09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의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나고(名護)시장 선거를 계기로 일본 정국의 핵심이슈로 재부상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기지 이전 추진파의 패배에도 나고시 헤노코(邊野古) 해안을 메워 후텐마(普天間) 미 공군기지를 이전하는 공사를 강행키로 해 반대파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기지 이전 계획에 대해 “가능한 한 정중하게 설명해 이해를 얻어가가며 추진하겠다”며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당선된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 시장이 공사 절차는 물론 정부와의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시장의 권한은 한정돼 있다. (공사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천과 항만관리권을 갖고 있는 시장이 공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공사지연은 불가피하다. 아베 정권 안에서는 시장이 반대할 경우 법적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등장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필요할 경우 지방자치법을 동원해 법적 조치에 나서고,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과 공법 변경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반대를 넘어선다고 해도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실력으로 공사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충돌사태도 우려된다. 2004년에도 정부가 헤노코 해상에 지질조사를 위한 구조물을 설치했으나 반대운동가들이 카누를 타고 접근해 공사를 방해하는 바람에 중단된 바 있다. 게다가 오키나와는 오는 12월 현지사 선거를 비롯해 15개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인 만큼 기지 이전 논란이 격화되면서 아베 정권과 오키나와 주민간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언론들도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요미우리와 산케이신문 등 보수언론들은 사설에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기지 이전은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한 반면 아사히·마이니치신문은 선거 결과 드러난 민심을 받아들여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