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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베토벤’ 일본 사무라고치, 18년간 대리작곡에 청력도 멀쩡

서의동 2014. 2. 6. 18:20

ㆍ일본 열도 사기극에 충격


청각장애 작곡가로 ‘현대의 베토벤’이란 별칭이 붙은 일본의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50·왼쪽 사진)가 18년간 타인에게 대리작곡을 시켜온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청력까지 멀쩡했던 것으로 드러나 열도가 경악하고 있다.

사무라고치의 곡을 대신 쓴 도호가쿠엔(桐朋學園)대학 비상근 강사 니가키 다카시(新垣隆·44·오른쪽)는 6일 도쿄시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라고치를 알게 된 18년 전부터 20곡 이상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니가키는 특히 “내가 인식하기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귀가 안 들린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자신이 만든 곡을 사무라고치가 듣고 의견을 표명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무라고치는 35세인 1999년부터 청력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 거짓말이 되는 셈이어서 일본 사회가 연이틀 충격에 빠졌다.

사무라고치는 주간문춘이 대리작곡 사실을 취재한 최신호 발매 전날인 지난 5일 변호인을 통해 “악곡 구성과 이미지만을 제안하고 나머지는 별개의 인물이 작곡했다”며 대리작곡을 실토했다. 하지만 청력까지 멀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신의 음악성을 과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히로시마(廣島)현 출신의 피폭 2세인 사무라고치는 청력을 잃은 뒤에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 등을 작곡해 미국 언론에 ‘현대의 베토벤’으로 소개되는 등 세계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대표작 ‘히로시마’는 2008년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8개국(G8) 하원의장 회의 기념콘서트에서 초연된 후 CD가 10만장 넘게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사기극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사무라고치가 출연하거나 그의 곡이 포함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으며,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의 소재가 된 히로시마시는 사무라고치에게 2008년 수여한 시민상을 취소하기로 했다. 또 세계문화사는 사무라고치의 인터뷰를 담은 월간지 가정화보 3월호의 판매를 중단했고, NHK와 주요 민방은 사무라고치의 실체를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