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심수관-이삼평 가문 후예들 만나다

서의동 2014. 3. 5. 18:55

“한국 도자 기술과 일본 문화 융합” 조선 출신 일 도자명가 후예들의 긍지

ㆍ심수관 15대손·이삼평 14대손 전시

정유재란(1598년) 때 일본으로 끌려온 뒤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만개시킨 조선 도공 가문의 대표 격인 심수관(沈壽官)가와 이삼평(李參平)가의 후예 2명이 5일 도쿄 요쓰야(四谷)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심수관가는 ‘사쓰마야키(薩摩燒·가고시마현 사쓰마의 도자기)’로, 이삼평가는 ‘아리타야키(有田燒·사가현 아리타의 도자기)로 일본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도자기 명가다. 심수관가의 제15대 심수관(55·본명 심일위)과 이삼평가의 제14대 가나가에 산베에(53·金江三兵衛)는 오는 22일까지 문화원에서 열리는 특별전시회 ‘해협을 잇는 도공, 400년의 여행’ 개막을 앞두고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했다.

일본 도예기술을 발전시킨 대표적인 조선 도공들인 심수관과 이삼평의 후손인 심수관씨(왼쪽)와 가나가에 산베에가 5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해협을 잇는 도공, 400년의 여행’ 전시회에서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이들은 조상의 길을 따라 도공이 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 할아버지 대신 13대, 14대, 초대 등 ‘대수’를 사용했다. 12대부터 본명 대신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써왔다는 심씨는 젊은 날 방황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둔다’는 각오로 가업을 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초대(처음 일본으로 건너온 심당길)가 일본으로 끌려오면서 한과 슬픔이 있었지만 작품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 역시 어려움만큼 기쁨도 컸다”고 말했다.

가나가에 역시 “초대(이삼평)가 일본으로 왔기에 ‘아리타야키’가 있고 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리타에 있는 오래된 도자기 조각들을 보면서 ‘아 이게 초대가 구운 도자기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작업을 해왔다”며 “초대가 했던 모습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선조가 조선에서 가져온 기술로 일본 도자기 문화를 꽃피운 것에 긍지를 갖고 있으며, 자신들의 도자기들은 한국의 기술과 일본 문화의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작품활동을 통해 한·일 간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씨는 “가고시마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일본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나의 자랑이면서 한국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가나가에는 “전시회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