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4분기 0.3% 성장… 힘 빠진 아베노믹스

서의동 2014. 2. 17. 18:36

ㆍ예상치 절반에도 못 미쳐 ‘충격’… 하반기 회복도 불투명

ㆍ신흥국 경기 탓 수출 주춤… 금융완화 대체할 동력 없어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소진됐나.

일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0.3%에 그쳤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쇼크’ 수준이어서 일본 경제계가 당혹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비상등이 켜질 경우 50%대가 넘는 탄탄한 지지율을 보여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4분기 실질 GDP(속보치)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였다. 연율로 환산하면 1.0%다. 이는 일본경제연구센터가 국내외 41개 경제예측기관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예상한 4분기 성장률 0.7%(연율 2.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의 성장을 이끌었던 공공투자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1.3% 성장에 그쳤다. 또 소비세율 인상 전에 미리 물품을 구입하려는 ‘조기 수요’로 개인소비가 전분기보다 0.5% 늘어나긴 했지만 자동차와 주택 등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지 못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효과에도 수출은 0.4%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3.5% 늘어나면서 외수가 성장률을 0.5% 끌어내렸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초 일본의 민간조사기관들은 4분기 성장률을 3%대(연율)로 예상했다가, 수출이 예상보다 늘지 않자 예상치를 2%대로 수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정치의 절반도 안되는 나온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내각부 관료들은 성장률이 2%대 전반은 될 걸로 보았다”며 일본 정부의 당혹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올해 1분기(연율 4~5%)까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다 소비세율이 인상되는 올해 2분기(4~6월)에 성장률이 낮아진 뒤 3분기(7~9월)에 V자 회복을 할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이번 발표로 하반기 V회복 여부에 대한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타 경제지표들도 심상치 않다. 일본 내각부가 중소기업 경영자와 택시기사 등 2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경기선행판단지수는 전달보다 5.7포인트나 하락한 49.0에 그쳐 아베 정권 들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50 이하는 경기가 후퇴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지난해 평균임금도 31만4150엔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집권 초기에 펼쳐온 대규모 금융완화에 따른 부양효과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기악화로 수출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아베 정권이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외에 뚜렷한 성장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미와 야스노리(三輪裕範) 이토추경제연구소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성장전략을 중심으로 경제정책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