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후쿠시마 제1원전 중앙제어실 해외 언론에 첫 공개

서의동 2014. 3. 11. 18:30

ㆍ늘어진 소방호스·연필로 적은 냉각수 수위 기록엔 3년 전 사투 흔적


“계단과 복도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 소방호스, 원자로 수위계 옆에 깨알같이 쓰인 냉각수 수위 기록, 책상 위에 놓인 핫라인 전화기….”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최전선’이던 1, 2호기 중앙제어실이 한국 등 해외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사고 3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투의 흔적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운전원들은 치명적인 방사선량과 대폭발의 위협 속에서 멜트다운(노심용융)에 필사적으로 맞섰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 3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외신기자들이 원전을 방문해 중앙제어실을 둘러보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중앙제어실 내부를 외신에 처음 공개했다. 후쿠시마 | AP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1시. 취재단을 실은 버스가 제1, 2호기 건물 옆에 멈추자 방사선량은 시간당 40μSv(마이크로시버트)를 기록했고, 1호기 앞으로 50m쯤 걸어가자 시간당 80μSv로 치솟았다. 중앙제어실 건물의 좁은 계단과 통로, 복도에는 당시 사용된 검은 소방호스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2층 복도에는 역설적이게도 GE로부터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받은 우수 발전소 표창장이 걸려 있었다.

2층 중앙제어실에 도착하니 사고로 떨어져 나간 천장패널은 분리돼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아직도 방사성물질로 오염돼 분홍색 시트로 덮여 있었다. 1호기 제어실의 원자로 수위계 옆에는 시간에 따른 냉각수 수위가 연필로 기록돼 있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규모 9.0의 대지진에 이어 오후 3시27분 쓰나미 제1파, 오후 3시37분 쓰나미 제2파가 각각 원전을 강타했다. 터빈건물 지하의 비상 디젤발전기 등이 침수돼 원전은 전원을 완전히 상실한 ‘스테이션 블랙 아웃(SBO)’상태에 빠졌다. 당시 운전원들은 손전등으로 제어반을 비추면서 연필로 시간과 냉각수 수위를 적는가 하면 모아온 자동차 배터리로 원자로 수위계 등을 복구시켰다.

하지만 12일 오전 2∼3시 중앙제어실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0μSv까지 치솟았고, 직원들은 전면 마스크와 보호복을 착용하고 격납용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이날 오후 3시36분 1호기 원자로에서 끝내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5일 뒤에는 운전원 전원이 중앙제어실에서 대피하고, 일부만이 교대로 데이터 모니터링을 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절망 속에서 피폭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냉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폭된 최초 운전원 10명은 이후 치료 등을 이유로 모두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