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소설가 장강명의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한국이 싫어서>를 읽은 뒤 이 작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가 최근 나온 신작이라고 해서 냉큼 사봤다. 본문만 508페이지의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술술 읽힌다. 액션영화 같은 속도감이 느껴진다.
줄거리는 김씨체제가 붕괴된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이 진주해 있는 북한 황해도가 주 배경이다. 권력의 공백이 생기고 '자본주의'가 도입되자 돈맛을 알아버린 군부가 마약생산에 나서고 조폭을 기반으로 한 지역 토호들이 마약을 남쪽으로 밀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신천복수대로 불리는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 군인, 지역 조폭 사업가, 평화유지군 파견군인, 지역 상인들이 뒤얽혀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장강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의 가장 밝고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고른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의 무력도발이나 전쟁, 대량남하 같은 최악의 상황을 배제했다는 뜻이다. 소설은 북한 정권 붕괴이후에도 국제사회가 혼란방지를 위해 군사분계선과 철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북한의 질서유지에 나서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의 네오콘이나 한국의 보수정권이 그리고 있는 레짐체인지 이후의 '안정적'인 프로세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그려지는 북한은 또다른 '헬조선'다. 마약거래를 둘러싸고 폭력과 살인이 밥먹듯이 이뤄지고 있지만 북한내 경찰력인 인민보안부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남한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교도소 같은 '님비시설'을 북한에 속속 세운다. 그 바람에 북한 곳곳이 공사장으로 변했다. 개발붐에 일용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건설회사와 결탁한 조폭이 설치는 '신도시'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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