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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서의동 2016. 12. 5. 17:17

10년간 세차례에 걸쳐 한국 근무를 경험한 일본 외교관 미치가미 히사시의 한국비판론. 거슬리는 내용이 많지만 새겨들을 대목도 많다. 전체의 톤을 보면 아주 심하게 한국을 디스한 내용이다.근데 사실 그럴만도 하다. 지금의 한국외교는 외교라 할 수 없다. 

"20세기 후반의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도 일본의 식민지도 아닌 독립된 국가였다. 어엿한 두 국가가 협상 끝에 합의하고 맺은 조약을 '강제된 것'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국가간의 약속도 나중에 돌이켜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제된 것'이라고 한다는 말인가. 국제 관계에서는 상대가 어느 나라더라도 상대국의 입장, 관련국들의 입장을 감안한다."(100p)

"국제사회에서 '역사'란 '민족의 스토리'가 아니다. 이 두가지는 긴장관계에 있다. 단순한 선악론에 빠지기 쉬운 '민족의 스토리'를 극복해서,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열린 이해로 다가가는 것이 '역사'다. 한국은 이러한 이해가 약하고 이 두가지를 혼동하거나 동일시하는 사람이 보인다. 마치 '바른 역사는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처럼 일본을 공격하려는 경향이 있다."(124p)

-개혁개방 초기인 70년대말 80년대초 중국에서 다카쿠라 켄과 야마구치 모모에 등 일본 배우와 가수가 인기 폭발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중국에는 공전의 (일본)영화 붐이 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에 걸쳐 일본영화가 속속 수입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중략) 전례없이 일본인 스타가 열광을 받는 중에도 카리스마적 존재로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사람은 다카쿠라 켄과 야마구치 모모에 였다. 야마구치 모모에를 닮았다는 선전문구를 내걸고 유명세를 타려는 젊은 중국 여배우들이 속출했다."(중국 영화학자 류원빙, 148p)


-저자는 중국은 한국보다 더 냉정하고 균형잡힌 시선으로 일본을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청년보를 인용했다.  

"만약 우리가 원한으로 두 눈을 가리고, 분노로 이성을 마비시키며 편견과 적의에 가득찬 눈으로 전후 일본을 바라본다면, 상상만으로 일본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우리는 필시 정체되어 스스로 생각을 속박해버릴 것이다. 이래서는 중국과 일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모든 것을 버리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일본을 봐야 한다."(<중국청년보>2008. 8.19, 159p)


-한국인의 잘못된 중국관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점에서는 중국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반면 어떤 점에서는 턱없이 과소평가한다. 현재 중국은 수많은 심각한 국내문제를 끌어안고 국민들의 불만속에서 줄타기 하듯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세계 각국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와 비판이 매우 높다는 것, 바꿔 말하면 많은 제약과 한계를 안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지하게 의견을 펼친다면 중국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183p)

"한국은 중국에 대해 국가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에서 상반된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즉, 외교적·이념적인 면에서는 중국을 실제 이상으로 크게 보는 반면, 일상적이거나 실생활면에서는 중국 사람을 수준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중략) '중국을 잘 안다'는 실태 이상의 자기확신이 한국의 중국이해를 가로막고 있다. 이는 '일본을 잘 알고 있다'는 과신과 병합해 한국의 외교력을 해치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184~185p)



-저자는 한국의 외교에 대해 지나친 소국의식과 지나친 대국의식이 합쳐져 빚어진 '무력감과 외교표류'라고 비판한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상대가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내가 책임지는 작업을 할 생각이 없다. 이쪽에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쏟아내 비판하는 것으로 만족할 뿐, 그것이 상대에게 통하는지 여부는 큰 관심이 없다(특히 일본에 대해). 한국도 발전했으니 국제사회나 한일관계를 위해 공헌도 더 할 수 있는데, 그런 의식이 희박하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이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강대국이 되었다'는 자기과신이나 오만함도 있다.(중략)"

"소국의식과 대국의식이 동거한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선 자신이 책임이는 외교주체라는 당사자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감정에 따라 흔들리기 쉽다. 매우 불안정해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균형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말이 좋지 않다.(중략) '중국이 국제규율을 따르도록 우리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우크라이나-유럽·러시아의 안보와 에너지' 같은 사안 앞에서는 뒷짐지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양상이 된다. 중국문제는 미국이나 일본, 아세안, 호주를 포함해 동아시아·태평양 여러나라들의 절실한 과제인데 한국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실은 당사자 의식과 꾸준한 참여가 필요하고,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말이다. 의식과잉과 무력감 내지는 방관, 그런 것들에 의해 외교가 표류하고 있다."(196~198p)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했다. 일본의 금융 지원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분명하고 표명했고, 한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화 개방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우리는 일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일본이 있다"라며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구축할 것임을 제시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은 일본의 한국관을 대폭 개선시켰고, 그의 모습은 '용기있고 공정하고 솔직한 정치지도자'로 비쳤다.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합리적인 토대위에 양국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시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중략)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좋은 경험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일관계가 한국의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깊이 알고 있고, 또한 정치력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관계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되며 국내에서 자신의 인기가 잠시 떨어진다 해도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에 사명감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