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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어는 東北이다. 일본어로는 도호쿠. 어제 끝난 여름 고시엔에서 도호쿠 지역 아키타현의 가나아시농고(金足農高)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시엔이 1915년 생긴 이래 아키타현 고교가 결승에 진출한 건 103년만이라고 한다. 오사카의 강호 토인고에게 13-2로 대패하면서 우승은 놓쳤지만 선수층도 빈약한 이 시골고교의 선전에 아키타현은 물론 도호쿠 지방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도호쿠 전체가 쑥밭이 됐을 당시 도호쿠를 몇차례 취재하면서 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 '도호쿠'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아릿한 느낌이 든다.
도호쿠 사람들은 '가만즈요이'(我慢強い), 즉 참을성이 많고 내색도 잘 안한다. 도호쿠 주민들은 묵묵히 수도권에 배후지 역할을 해왔다. 일본의 고도성장 시절에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집단 취직열차를 타고 도쿄로 와서 일본 경제를 떠받쳐온 이들도 도호쿠 사람들이다. 노동력 공급 역할만 한게 아니라 수도권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배후지 역할도 했다. 후쿠시마에 세워진 원전들은 도호쿠 주민을 위한게 아니라 도쿄 주민들이 쓸 전력을 대왔던 것이다. 수도권을 위해 봉사해온 도호쿠에 원전사고라는 대재앙이 닥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이번 가나아시의 활약에 앞서 2013년 프로야구 재팬시리즈에서 센다이 연고의 라쿠텐이 우승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대재난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도호쿠 주민들은 이날 하루만은 눈치 안보고 마음껏 울 수 있었다.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TV를 지켜보면서 감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래는 우승 다음날 쓴 기사의 한 대목.
"전날 경기에서 공 160개를 던진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田中將大·25)가 피로를 무릅쓰고 또다시 마운드에 오르자 감격한 2만8000여명의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그의 주제가인 가요 ‘하나 더’를 합창했다. TV 화면에 비친 관중의 얼굴은 빗물과 눈물이 뒤섞여 번들거렸고, 빗줄기가 굵어지는 늦은 가을밤임에도 경기장은 열기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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