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금강산에 가지 못한 취재 카메라

서의동 2019. 8. 4. 22:40

2019.02.14  

국제사회가 북한에 적용하고 있는 제재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촘촘해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테러지원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제금융기관법,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수출관리령(EAR)은 미국 기업은 물론 제3국 기업도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테러지원국 등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또 대통령 행정명령과 ‘이란·러시아·북한 제재 현대화법’ 등을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엔도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형식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 왔다. 안보리 대북 제재는 2016년부터 북한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갔다. 북한의 광물, 수산물은 물론 의류 완제품, 식품 등의 수입이 금지됐고, 북한으로 연료수출도 점차 제한됐다. 그 결과 현행 대북 제재로는 북한에 쇠붙이 한 조각도 들여갈 수 없도록 돼 있다.

 

북한에 촘촘하게 씌워진 제재의 그물망을 건드리지 않은 채 북한과 교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 행사 때마다 안보리 제재위원회, 미국과 협의해 제재면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전방초소를 시범철수하고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를 추진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진전됐지만, 대북 제재의 강도는 그대로라는 점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2~13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 행사에 한국 취재진의 노트북, 카메라 등 취재장비 휴대가 불허된 것도 남북관계와 대북 제재 간의 ‘격차’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현장 취재, 10·4선언 기념행사 때에도 문제없던 취재장비 휴대방북이 불허된 것은 어처구니없다. 통일부는 미국 측과의 협의가 행사 이전에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통일부가 미국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느라 빚어진 일”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그 바람에 한국 시청자들은 아름다운 해금강의 일출 장면을 생생한 고화질 화면으로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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