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주의 지금 모습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볼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우주일 뿐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를 오늘밤 봤다면 그것은 8.6년 전의 형상이다. 육안으로 보이는 별들의 빛은 지구에 오는 데 4년에서 4000년이 걸린다. 아득히 먼 우주의 신비에 다가가기 위해 인류는 다양한 관측기구를 개발해 왔다.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굴절형 망원경으로 목성과 월면을 관찰하고 태양의 흑점을 발견했다. 그 뒤 대물렌즈를 거울로 대체한 반사망원경이 등장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빛 대신 전파를 모아 분석하는 전파망원경, 직접 우주공간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이 등장하면서 안드로메다 은하 너머의 깊은 우주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현대 천문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1990년부터 지구 밖 고도 600㎞에서 30년째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우주공간은 대기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며 지상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한 우주 감마선, X선, 자외선, 적외선도 관측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7000 광년 거리의 독수리 성운 등 먼 우주의 형상을 포착한 고해상도 사진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블랙홀 존재 등 천문학 난제의 규명에도 기여했다.
세계 천문학자들이 드디어 이론상으로만 알고 있던 블랙홀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세계 20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가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M87 블랙홀을 관측했다.
5500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을 포착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칠레 아타카마 패스파인더 등 8개의 거대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망원경 시스템으로 통합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지구 크기의 망원경으로, 5500만년 전에서 날아온 빛을 잡아내 지름 160억㎞ 크기의 블랙홀을 포착한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주가 블랙홀의 한 ‘점’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발견은 우주탄생의 비밀에 인류가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 된다. 인류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과학이 답할 날이 오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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