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4일 인천의 자매우호 도시인 중국 웨이하이시가 마스크 20만개를 보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던 당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웨이하이시는 “인천시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지원에 감사드리며 인천시를 돕기 위해 마스크를 보낸다”는 감사 편지도 동봉했다. 국내 감염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중순 인천시가 웨이하이시에 보낸 마스크 2만개가 10배로 불어나 되돌아온 것이다. 일주일 뒤인 11일에는 중국 정부가 보낸 N95 등급의 방역마스크 10만장과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방호복 10만벌이 한국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등 중국 전역에 500만달러 규모의 지원에 나선 데 대한 보답이다. ‘마스크 품앗이’는 최근 서먹했던 양국 간에 모처럼 온기를 불어넣은 장면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통제되면서 여유를 되찾은 정부가 마스크 해외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을 대상으로 마스크 등 필요물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올해로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당초 계획대로라면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현지 위문행사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왕래가 불가능한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다.
경북 칠곡군은 한국전쟁 때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지상군을 보낸 에티오피아에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황실근위대인 각뉴부대 6037명을 파병해 657명의 사상자를 낸 ‘혈맹’이다. 2014년부터 에티오피아와 교류해온 칠곡군은 수건을 마스크 대용으로 두른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가와 인종,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을 펼치는 것은 코로나 퇴치의 정공법이다. 70년 전 동아시아의 낯선 땅에서 목숨을 바친 참전국 군인들 덕에 신생 한국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방역물품 지원으로 참전 70주년을 대신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지만,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얄궂은 현실이다. 70년 전 우리에겐 그들의 피와 땀이 필요했고, 지금 그들에겐 마스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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