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 ‘오프 에어(off air)’ 발언(2020.7.18)

서의동 2020. 9. 15. 15:57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향신문DB

기자들은 취재원들을 만날 때 취재수첩을 꺼내 메모하거나 녹음기를 켜놓는 경우가 많다. 취재할 내용이 많거나 복잡한 경우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지만, 취재원들은 수첩과 녹음기 같은 소도구에 의외로 긴장한다. 그래서 인터뷰가 끝나 녹음기를 끄고 수첩을 집어넣을 때 취재원은 안도감에 긴장을 푼다. 이때 ‘오프 에어(off air) 발언’에서 허심탄회한 속내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명민한 기자는 이 ‘진실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오프 에어’ 발언은 파장을 낳는다. 2012년 3월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대화가 그대로 공개됐다. 당시 미국이 유럽 일원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과 관련해 오바마는 “선거가 끝나면 더 많은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선을 7개월 앞둔 시점에서 그는 이 발언으로 핵심 안보현안을 선거와 연계하려 했다는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청 회의에 앞서 관료들을 비판하는 사담을 나눈 것이 그대로 방송됐다. 두 사람은 ‘온 에어(on air)’ 상태인 줄 모르고 “관료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는 등 공개하기 민망한 말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지난 16일 방송사 TV토론이 끝난 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정부의 7·10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국가경제에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다”고 하자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것이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대꾸한 것이다. 맥락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발목 잡으려는 ‘집값 하락론자’들의 인식과 주장을 반박한 것”이라는 진 의원의 해명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여당 의원조차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러니 투기세력들이 정부 대책을 겁낼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