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5. 15:55

2일 오후 서울 용산기지를 출발해 평택으로 가던 미군 소속 헬리콥터가 엔진 고장으로 용산구 이촌동 한강공원에 비상 착륙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거치며 다목적 헬기의 필요성을 깨닫고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미국 시코르스키사가 개발한 헬기가 ‘블랙호크’로 불리는 UH-60다. 1978년부터 도입된 블랙호크는 1950년대 말부터 운용돼온 UH-1이 로쿼이를 대체하며 특수전, 정보수집, 전투구출, 의무후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전에는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을 시작으로 파나마 침공, 걸프전 등에 투입됐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를 급습하는 과정에서도 특수작전용 블랙호크가 동원됐다.

하지만 블랙호크는 흑역사로도 유명하다. 1993년 10월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에서 벌어진 ‘블랙호크 다운(추락)’이 대표적이다. 미 합동 특수전사령부는 레인저 부대 등 특수부대를 투입해 군벌 아이디드 장군 측근들에 대한 체포에 나섰으나, 19명의 사망자를 냈고 블랙호크도 두 대나 격추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랙호크 다운>(2002년 개봉)은 이 전말을 정밀 묘사했다. 1994년에는 이라크 북부에서 미 공군 F-15 전투기가 조기경계경보기로부터 신호를 잘못 받아 블랙호크 두 대를 이라크 공군 헬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지난 1월2일에는 대만에서 블랙호크(UH-60M)가 추락해 선이밍 대만군 참모총장 등 8명이 숨졌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기지를 출발해 경기 평택으로 가던 주한미군 소속 블랙호크가 용산구 이촌동 한강공원 공터에 불시착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헬기가 저고도로 이촌동 주택가를 통과하자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번 불시착 사고는 일본 오키나와 도심에서 벌어진 헬기 추락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2004년 8월13일 주일미군의 수송헬기 CH-53시스태리온이 기노완시에 있는 오키나와국제대학 건물을 들이받으며 추락했다.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나 대학건물이 크게 부서졌고, 구내 가로수가 불에 탔다. 기노완시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군용기 이착륙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빈발했던 곳이다.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한 이촌동도 미군기지와 이웃해 있다는 점에서 기노완시와 닮은꼴이다. 어느 나라이건 도심 주택가에서 ‘블랙호크 다운’이 벌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Posted by 서의동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