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멸종 위기종 듀공이 위험하다!… 헤노코 기지 서면 타격

서의동 2009. 12. 9. 12:29


멸종위기의 해양 포유류 동물인 듀공이 해초를 뜯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ㆍ국제적 환경 이슈로 떠올라

헤노코 미군기지 이전문제는 국제적인 환경이슈로도 부각되고 있다.
헤노코 해안이 멸종위기의 해양 포유류 동물인 듀공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헤노코가 위치한 오키나와 본섬 북부의 동쪽 산호초 해안은 듀공이 서식하는 북쪽 한계선이다.

듀공은 몸 길이가 2.2~3.4m에 달하는 대형 포유류로, 몸집은 고래와 유사하지만 얼굴이 소와 흡사하고, 해초만을 먹기 때문에 바닷소로 불리기도 한다. 또 새끼를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이 사람을 닮아 옛 뱃사람들은 인어로 착각하기도 했다.


듀공 서식은 1996년 이후 헤노코 미군 해상기지 계획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확인됐다.노코 앞바다는 바다 속 10m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청정해역으로 해조류와 산호군락이 풍부해 듀공이 살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시카와 히데키(吉川秀樹) 오키나와 생물다양성시민네트워크 대표는 “헤노코 해안에서는 듀공이 해초를 먹었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며 “기지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산호초가 파괴될 뿐 아니라 해류변화로 듀공 생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2003년 9월 듀공을 원고로 미 국방부 장관을 피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은 미 정부가 헤노코 해상기지 건설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듀공네트워크 오키나와, 듀공보호기금위원회 등 일본내 단체는 물론 미국의 생물다양성센터 등도 참가했고,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이 지지하고 있다.

“반기지 운동은 반세계화 환경운동”
ㆍ‘동아시아 시민운동’ 국제 회의
ㆍ한국-오키나와 연대 모색

“오키나와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70~80년대 한국만큼이나 열기가 느껴집니다. 동북아에서는 변경지역이지만 이 지역의 역사와 미래를 방향지을 핵심지역이기도 합니다.”

지난 4~6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 국제교류회관에서 ‘동아시아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일본·한국·오키나와)-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는 오키나와의 현 정세를 이렇게 평가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미야모토 겐이치(宮本憲一) 오사카 시립대학 명예교수, 사쿠라이 구니토시(櫻井國俊) 오키나와 대학 학장,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 등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비롯해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 여성과 지방자치, 역사 왜곡문제에 대한 대응 등 다양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평가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오키나와 지역이 전후 동북아 지역정세가 갖는 여러 문제점들이 중첩돼 표출되고 있는 지역이면서도 오히려 이런 점들 때문에 오키나와가 평화운동과 동북아 공동체의 근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미군기지 반대운동 등 한국과 오키나와 간의 유사성과 연대가능성도 거론됐다.

아사토 에리코(安里英子) 오키나와대 강사는 ‘군사주의하의 한국과 오키나와’ 주제 발표를 통해 “1945년 이후 미군정하의 오키나와에서 주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미군 병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빈발했다”며 기지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양 지역이 힘을 모을 것을 제안했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전후 동아시아 체제는 미군재편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오키나와와 한국의 시민운동이 미군의 동북아 재편에 맞서 적극 연대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코쓰즈(阿部小凉) 류큐대학 교수는 오키나와의 반기지 운동은 반세계화와 환경운동일 뿐 아니라 공공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민비폭력 불복종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운동의 의미를 평가했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는 “오키나와의 기지문제는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로 규정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이 주창해온 ‘동북아 공동의 집’ 구상과 관련해 “20세기 들어 분단과 디아스포라(이산)의 과정을 거친 한민족이 ‘아시아 공동의 집’의 주요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고창훈 교수는 주요 20개국 회의(G20)에 대응해 제주·오키나와 등 섬지역들 간의 연대인 I(Island)20을 구성하자고 밝혔다.

미야모토 겐이치 오사카 시립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정부가 미군주둔에 따른 주민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거대한 보조금을 지급되면서 오키나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졌고, 대규모 공공사업에 따른 환경파괴도 심각하다”며 오키나와 경제의 자생적 발전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