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큰 상은 받았지만

서의동 2010. 11. 26. 18:59
지난 8월부터 두달여간 경향신문에 연재한 '고용난민시대-일자리 없나요?'가 두개의 상을 탔습니다. 

언론노동조합(언노련)이 제정한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상했고요.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으로도 결정됐습니다. 언노련의 민주언론상 '본상'에 기사가 선정된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간 본상은 언론 민주화와 관련한 활동에 대한 시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 시의적절했고, 깊이가 있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물론 저랑 3명의 후배들이 고생을 했던 결과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족한 대목이 많다는 자책을 했던 것에 비하면 평가가 너무 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민주언론상 시상식은 11월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최상재 언노련위원장이 시상해 주셨습니다. 


 왼쪽부터 전병역, 권재현, 김지환, 그리고 저입니다. 

트로피와 소정의 상금이 지급됐습니다. 

약간 뻘줌하더군요. 뜻밖에 참석자가 많았고요.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약간 떨렸습니다. 워낙 준비없이 가다보니...저의 소감을 언론노보는 아래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민주언론상 본상을 받은 경향신문 ‘고용난민의 시대 - 일자리 없나요’ 특별기획팀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지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2달 준비해서 취재했다. 고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생했다는 느낌보다는 담지 못한 현장이 너무 많았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불안정노동, 미끄럼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소개하고 “통계의 껍질을 벗기고 현장을 들여다 보며 한국사회가 거대한 불안정노동의 바다였다”고 말했다. 기획팀은 “그러나 우리가 한국사회 현실을 담아내고 그것을 바꾸는데 기여했는지 부끄럽다”며 “앞으로 조금 더 의미 있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장을 채운 언론노조 관계자들, 최문순, 이석현, 김영환, 권영길 의원 등도 얼굴을 비쳤습니다. 

저희 시리즈를 민주언론상 본상으로 선정한 심사위원장 손석춘 새사연 원장입니다. 
저희 시리즈에 대해 엄청난 칭찬을 해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래는 심사평입니다. 

[제20회 민주언론상 심사평]

 2010년 민주언론상 후보작들을 조목조목 짚어본 심사위원들은 ‘행복한 고민’에 잠겼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언론 지배력이 갈수록 높아가는 상황에서도 언론 본연의 길을 애면글면 열어가려는 민주언론인들의 열정이 곳곳에서 열매 맺고 있음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후보작들에 ‘성적표’를 낼 수밖에 없는 심사위원들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서일까. 후보작들 가운데 노동현장을 다룬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작은 <경향신문> 서의동,권재현, 김지환, 전병역 기자가 쓴 ‘고용난민의 시대-일자리 없나요’였습니다. 2010년 8월에서 10월까지 두 달에 걸쳐 심층 탐사보도의 전범을 보여준 이 기획은 저널리즘이 추락해가는 시대에 신문이 갈 길을 유감없이 보여준 수작입니다. 노동현장을 사회부의 사건 기사로 다루는 시각을 벗어나 정치경제의 틀로 분석한 심층 취재와 대안까지 제시하는 수고가 돋보였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도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습니다. 민주언론상 본상 선정에는 보도보다 언론민주화 활동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당위’를 극복할 만큼,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실 훌륭한 보도는 그 자체로 언론민주화의 중요한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특별상으로는 각각 별도의 후보작으로 올라온 <MBC> PD수첩 팀과 언론노조MBC본부의 줄기찬 투쟁을 묶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압박’에 맞선 MBC노조의 투쟁과 ‘4대강 보도’‘검사와 스폰서 1, 2, 3탄’의 방송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MBC노조의 투쟁이 조금만 더 성과를 거뒀다면, 심사위원들이 본상을 결정하는 데 더 많은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한겨레21> 사회팀이 노동 현장에 들어가 직접 일하면서 형상화한 기사들에선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올곧은 기자정신이 묻어나왔습니다. 비단 노동현장 보도만이 아니라, <한겨레21>이 올 한해 인권, 삼성, 빈곤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것도 특별상을 선정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만약 이 기사들이 한겨레21이 아니라 한겨레에 실렸다면 심사위원들이 본상을 결정하는 데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한겨레21의 매체영향력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한겨레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금속노동조합이 후보로 추천한 월간<참여와 혁신>은 2010년 11월호에 ‘전태일 40주기 특집호’를 냈습니다. 월간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전태일 관련 기사로 가득 채우는 획기적 실험은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례를 깨고 심사위원들이 ‘전태일40주기 특별상’을 별도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수상작과 아주 작은 ‘간극’으로 아쉬움을 남긴 후보작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삼성의 비리를 쉼 없이 보도해 온 <시사인> 장일호 기자의 ‘최저생계비 직접 체험기’는 탁월한 보도임에 모두 동의했지만, 같은 취재방식으로 여러 명의 기자를 투입한 후보작이 있어 점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또한 쌍용차 파업과 용산참사 현장을 실시간 연결했다는 점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세한 차이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전해 드립니다. YTN지부가 해직언론인을 지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만든 ‘희망펀드’도, 공공운수연맹이 발행하는 무가지 신문 <Com&Com>도 심사 뒤까지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민주언론상을 선정하는 ‘행복한 고민’이 2011년에도 이어지길 바라면서, 민주언론상의 빛나는 수상자들이 죽어가는 한국 저널리즘을 앞으로 벅벅이 살려내는 데 앞장서주길 간곡히 당부드리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2010. 11. 24  민주언론상 심사위원장 손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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