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총기사건 추도사 중 51초의 침묵… 오바마, 국민과 ‘진한’ 감정 소통

서의동 2011. 1. 14. 17:0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한 연설이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숨진 9세의 크리스티나 그린을 추모하다가 감정을 추스르느라 51초간 연설을 중단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과의 ‘감정소통’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 대학에서 1만4000명의 청중에게 행한 이번 연설에서 숨진 ‘9·11 희망둥이’ 그린을 거론하며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처럼 좋은 것이었으면 한다”며 “우리 모두는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후 연설을 중단한 채 한동안 오른쪽을 쳐다보다가 심호흡을 한 뒤 눈을 깜박거리며 감정을 추슬렀다. 침묵이 길어지자 청중은 환호성으로 오바마를 격려했고, 51초 뒤 그는 연설을 다시 이어갔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13일 오바마의 연설이 취임 이후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며 비판자들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또한 크리스티나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로서 ‘단호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취임 후 연설에서 주로 정책에 초점을 맞춰온 오바마가 이번에는 국민과 감정적인 소통을 했다면서 “재임 2년 중 가장 극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팀 폴런티 미네소타 전 주지사 등 2012년 대선의 경쟁자들뿐 아니라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오바마를 비판해온 논객들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성향의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스해머는 “(이번 연설이) 대통령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공화당의 정치 컨설턴트인 에드 롤린도 “대통령은 올바른 톤으로 연설했고, 정파를 초월한 연설이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폭스뉴스의 글렌 벡도 “그의 연설 가운데 최고일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AFP통신은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취임 후 ‘가장 큰 정치적 상승’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