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무슬림·젊은층·친정부 그룹 ‘분열’

서의동 2011. 1. 31. 22:13
대규모 반정부 시위사태로 이집트 정국이 혼미해지면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이후’ 국면에서 야권을 아우를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슬람주의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야권의 세 확대를 꾀하기 위해 온건한 이미지의 엘바라데이가 주도권을 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http://en.wikipedia.org/wiki/Mohamed_ElBaradei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오랜 해외체류 생활로 국내 기반이 약한 엘바라데이가 정국의 키를 쥔 핵심인물로 떠오르는 까닭이다. 최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가속화하기 위한 과도정부를 이끌 범야권 후보로 추대되는 분위기다.

야권 최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고위간부인 에삼 엘-에르얀은 30일 알자지라 방송에 “정치 그룹들이 엘바라데이로 하여금 정부와 협상하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005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야당 지도자 아이만 누르도 엘바라데이를 반정부 세력의 협상 대표로 내세울 것을 지지했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당 단체들로 이뤄진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도 같은 생각이다. 이슬람 지도자 사드 알 카타트니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NAC는 엘바라데이에게 무바라크 정권과의 협상에 나서도록 했다”고 말했다. 알 아라비야 TV는 시위군중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엘바라데이를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젊은 지식인 그룹인 ‘4·6 청년운동’도 지난해 2월 엘바라데이 귀국 환영집회를 여는 등 호감을 보여왔다. 결국 범야권이 모두 엘바라데이를 지지하고 나선 형국이다.

물론 이집트 민주화의 험난한 과정을 함께하지 않은 데다가 친서방 성향의 엘바라데이에 대한 밑바닥 정서는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 하지만 주요 야권 그룹들 사이에서는 무바라크 이후 정치지형을 안정화하고 야권세력을 확대하는 데에 엘바라데이의 효용성이 높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엘바라데이는 기대에 부응하듯 시위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고,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야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그는 3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의 하야 시 임시 대통령을 맡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집트가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가교로서 내가 역할하기를 국민이 원한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