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중동국가 ‘시위 불길’… 요르단·튀니지·예멘 등 “민주화” 확산

서의동 2011. 1. 30. 10:47

이집트 반정부 시위사태가 격화되면서 절대군주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수십명이 연행됐다. 또 예멘과 요르단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지속되는 등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물결이 중동국가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제다시의 도심 상가거리에서 이슬람 금요기도회가 끝난 직후 시위대들이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다가 곧바로 경찰에 진압됐다.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50여명을 연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집회 및 시위가 허용되지 않는 절대왕정국가 사우디에서 반정부 시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건으로,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사우디의 이상조짐은 최근 제다에서 홍수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졌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시위 참가자들은 홍수방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물난리가 났다고 주장하며 항의시위를 열자는 문자메시지를 지난 27일부터 휴대폰으로 전파했다. 또 다음주 중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자를 아우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휴대폰을 통해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왕정국가인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는 야당을 지지하는 주민 수천명이 금요기도회를 마친 후에 거리로 나와 사미르 리파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3주 연속 금요기도회 이후 시위를 벌여왔으며 실업과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요르단 ‘무슬림 형제단’과 노동조합 조합원 등 3500여명은 암만에 집결해 “부패한 자들은 법정으로 보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과도정부가 들어선 튀니지는 22년 동안 영국에 망명해 있던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 엔나흐다의 창립자 라시드 간누치가 30일 귀환, 정국의 핵으로 등장했다.

예멘에서도 지난 27일 수만명이 수도 사나의 사나대학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 집결해 1978년 이후 34년째 집권 중인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알제리에서도 최근 높은 실업률과 식료품 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달 초부터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00여명이 다쳤다. 오만과 모리타니, 모로코, 수단 등에서도 이달 들어 물가급등 등 정치·경제현실에 항거하는 반정부 시위와 분신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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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위사태, 뛰는 유가에 ‘불똥’… 주요국 증시도 급락

 
이집트 사태의 불똥이 최근 상승추세를 보여온 국제 유가 시장으로 튀었다. 유가는 소요 사태에 따른 수에즈 운하 폐쇄 가능성과 여타 중동국가로 정정불안이 확산될 경우 공급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급등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3.70달러(4.3%) 오른 배럴당 89.3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30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87달러(1.9%) 오른 배럴당 99.26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집트 사태의 영향으로 유럽과 선진국으로 석유를 운송하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BNP파리바의 톰 벤츠 애널리스트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원유물량이 하루 100만배럴 이상”이라며 “폐쇄될 경우 미국보다는 유럽의 원유 공급차질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 역시 이집트 사태 영향으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미 달러와 금 값이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 다우지수는 지난 28일 166.13포인트(1.39%) 하락한 1만1823.70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23.20포인트(1.79%) 내린 1276.34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68.39포인트(2.48%) 하락한 2686.89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영국 FTSE 100 지수가 1.40% 하락했고, 프랑스 CAC 40 지수(1.41%)와 독일 DAX 30 지수(0.74%)도 각각 하락했다. 이집트 증시는 이틀 새 폭락하면서 주가가 16% 빠졌다. 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도 전날보다 23% 오른 19.9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일 이후 최고치다. 

이집트 소요사태 확산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도 1.7% 올라 온스당 1341.7달러(약 154만원)를 기록했고,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0.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