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2011 다보스 포럼 - “신흥국 부상 속 리더십 부재 우려”

서의동 2011. 1. 31. 10:51
‘정치·경제적 파워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넘어갔다. 신흥국가의 불안정성이 세계경제를 위협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35개국 정상들과 1400명의 각계 지도자, 1000명의 주요 기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동부 휴양지 다보스에서 지난 30일 폐막된 제41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 포럼)의 핵심의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힘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새로운 현실의 공통규범’을 주제로 닷새간 열린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유로존이 안고 있는 재정위기보다 신흥국이 안고 있는 각종 위험 요인들에 대해 더 주목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에 항거하는 이집트인들의 대규모 시위 등 중동의 민주화 열기가 포럼 내내 화제가 된 이유의 하나도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신흥국으로 넘어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 위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은 “10년 내 신흥경제국들의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약간 더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세계 최대 광고그룹 WPP의 마틴 소렐 최고경영자는 “권력이동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없는 ‘G-0(zero)’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선진국이 재정적자 등 국내 문제에 전념하고 있는 반면 신흥경제국도 국제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중국 등이 커진 힘에 걸맞게 합리적 기준에 따른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튀니지와 이집트, 알제리, 예멘의 민중시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번지고 있는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주목을 받았다. 
지정학적 위기 원인으로는 곡물과 에너지 등 원자재에 대한 투기, 해당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실업률 급등으로 혜택이 분배되지 않는 현상 등이 지적됐다. 식량과 원자재 등 생필품 가격 급등이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위협하는 요소이자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키우는 원인이라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위기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기 어렵고, 유로존의 분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유로존이 독일처럼 유로화 약세로 수출에서 이익을 얻는 나라들과,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혹독한 재정긴축이 불가피한 나라들의 두 그룹으로 갈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절대로 유로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경제에도 여전히 불안정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리컵에 물이 절반쯤 차 있고, 절반은 비어 있다”는 말로 현재 세계경제의 상승 요인과 하강 요인이 균형점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