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엘바라데이 “무슬림형제단에 적대감 버려야”

서의동 2011. 2. 1. 16:18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8·사진)이 이집트 반정부 시위사태에서 야권의 핵심인사로 부상하면서 그의 정치적 성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동질서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과 서방 언론들은 연일 ‘무바라크 이후’의 정국을 이끌어갈 축으로 등장한 엘바라데이를 집중보도하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1일자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이후 들어설 정부가 이스라엘에 적대적이고, 최고 종교지도자가 통치하는 이란식의 체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럴싸한 픽션(true fiction)’ ”이라며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편견과 기계적인 적대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슬림형제단을 이슬람 과격세력으로 간주해온 서방에 대해 ‘시각교정’을 촉구한 셈이다. 
 
엘바라데이는 앞서 지난 30일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미 정부는 이집트인들에게 30년 독재자가 민주화를 이행할 것이라는 말을 믿으라고 해선 안된다”며 무바라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을 촉구해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한 인터뷰에서는 가자지구 봉쇄를 “모든 아랍인과 이집트인, 전 인류의 수치”라며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부에 봉쇄해제를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폭격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딸기의 오들오들매거진] 엘바라데이가 무바라크 대항마로? 


엘바라데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엘바라데이는 이처럼 중동현안에 대해서만큼은 미국 및 이스라엘 등과 사뭇 다른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최근 시위사태에서 벌어진 방화와 약탈의 배후로 이집트 경찰을 꼽으며, 무바라크 체제에 대한 비판을 퍼부었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이집트 범야권은 그에게 과도정부 수반 또는 개헌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독재와 서방의 편향적인 이슬람관(觀)을 모두 거부하는 그가 풍부한 국제정치의 경험을 국내 정치에 어떻게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