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이집트 정부 잇단 유화조치

서의동 2011. 2. 8. 16:30

이집트 정부가 민주화 시위가 2주째로 접어든 7일 공직부패와 선거부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는 한편 공무원 월급을 15% 인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잇딴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야권세력과 개혁협상에 나서면서 민주화 시위의 전열이 다소 이완되고 있는 흐름을 보이는 틈을 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쏟아내는 형국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 고등법원에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과 관련한 부정선거 사건들을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집트 관영 뉴스통신인 메나(MENA)가 전했다. 검찰은 또 오는 8일부터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각료 3명과 집권 국민민주당(NDP) 고위 관료 1명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국민들의 부정부패 척결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권 국민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518석 중 80% 넘는 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는 조직적인 선거부정에 힘입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집트 정부는 또 오는 4월부터 공무원의 급여를 1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사미르 라드완 신임 재무장관은 이날 급여 인상에 필요한 재원으로 65억 이집트파운드(약 1조2000억원)의 예산을 할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오후 7시~오전 8시이던 야간 통행금지를 이날부터 오후 8시~오전 6시로 완화했으며, 증권거래소는 오는 13일부터 재개장하기로 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실종됐다가 보안당국에 구금된 사실이 확인된 구글의 이집트인 임원 와엘 그호님도 이날 석방됐다. 구글의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책임자인 그호님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지난달 28일부터 연락이 끊겨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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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대통령은 새 내각을 구성한 이후 처음으로 이날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 때까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라바크대통령은 대선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임기는 올해로 끝난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유임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무바라크가 갑작스럽게 물러나면 대선 일정 등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다며 조기 퇴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주도한 ‘4.6청년운동’ 등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하고있는 수천명의 시위대는 재야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하기 전까지 정부 측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권력을 이양한 후 물러나야 한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