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로 시가지가 처참하게 파괴된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피난소가 설치된 요네자키초등학교에 지난 20일 오랫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피해복구에 나선 자위대가 피난민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너비 4m·세로 3m 크기의 간이 목욕탕을 설치해준 것이다. 열흘가량 제대로 씻지 못한 피난주민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최고다” “살거 같다”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하루에만 190명이 잠시나마 피로와 상심을 씻어냈다. 주민 간노 하라오(61)는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다카다초의 초등학교 급식센터 옆에 임시청사도 마련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휩쓸려간 시청사를 대신해 매장허가증 및 사망확인서 발급 등 대민업무를 시작했다. 직원 296명 중 80명이 아직 행방불명이지만 정부와 현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점차 행정서비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바 후토시 시장(46)은 “직원과 서비스의 폭을 점차 늘려 재건체제를 조속히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리쿠젠타카타시는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의 한곳이다. 전체 8000여 가구 중 5000여 가구가 수몰됐고 주민 2만3000여명 중 1만70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1일 NHK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지진이 발생한지 열흘을 넘기면서 도후쿠 지방의 피해지역에서 재건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피해주민들도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표정이다.
아오모리현 모리오카시의 ‘이와테 양육네트워크’는 지난 17일부터 피난소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들을 시내호텔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호텔측의 협조를 얻어 이날 현재 20가족이 거처를 옮겼다. 지진 다음날 이와테현 미야코시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고바야시 유카(28)도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고바야시는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피난소의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며 “이곳에선 물도 제대로 나오고 밥도 먹을 수 있어 천국같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미나미산리쿠초의 시즈가 중학교에서는 266명의 피난민이 13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위대의 지원으로 밥을 지어먹을 수 있게 되면서 다소 한숨을 돌린 이들은 이날 처음 마을복구를 위한 회의를 갖고 재건의욕을 다졌다. 센다이의 와카바야시구에서는 도쿄에 있는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만들어졌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피난소 사정조차 여의치 않은 곳이 적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피난소인 안도중학교 교정에는 30여명이 차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수용인원 120명 크기의 피난소에 400명이 몰려들면서 피난소가 크게 비좁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가즈히로(38)는 지난 12일부터 부인과 6살, 2살난 딸 등 4명과 함께 열흘째 승합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류부족으로 시동을 계속 걸어둘 수 없어 밤마다 혹한에 시달린다. 무라카미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만 잠깐씩 시동을 걸고 있지만 기름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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