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가 원전사고의 가장 심각한 단계인 멜트다운(meltdown·노심 용해)이 사고초기 이미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멜트다운 가능성을 짐작하면서 위기관리 등을 위해 지난 두달간 의도적으로 상황을 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의문도 커진다.
아사히신문은 17일 “도쿄전력이 16일 발표한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전일지와 중앙제어실의 기록지 그래프 등을 분석한 결과 1호기에 이어 2, 3호기도 사고초기에 멜트다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호기는 3월15일 오후 6시43분, 3호기는 16일 오후 11시50분에 압력용기의 압력이 저하됐다. 사태초기에 녹아내린 핵연료 탓에 압력용기 바닥이 파손되었던 것이다.
또 1호기는 14시간9분, 2호기는 6시간29분, 3호기는 6시간43분 동안 원자로의 연료봉이 노출됐다. 호소노 고시 총리보좌관은 “노출시간이 짧지 않아 노심의 완전용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멜트다운으로 발생한 열에 의해 계측기기 마저 녹아버렸고, 3호기에서는 녹아내린 핵연료가 압력용기 손상부위를 통해 격납용기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다라메 하루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3월 하순 2호기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발견된 시점에 멜트다운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데이터가 있는 중앙제어실 방사선량이 높아 데이터 회수작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일본 원자력연구소의 전 연구주간인 다나베 후미야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고초기 3호기에서 검은 연기가 발생한 점과 이미 확보한 원자로 압력 데이터 등 만으로도 (멜트다운) 판단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위기관리를 위해 원전 상황을 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인 셈이다.
정부가 사고를 실제보다 가벼운 것 처럼 발표하다 보니 주민대피나 방사능 피해대응이 늦어진 것은 물론 원전근로자들을 충분한 안전대책없이 투입하면서 지난 3월24일 3명의 피폭사고를 유발했다는 책임론도 일고 있다.
도쿄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사고 다음날 핵연료봉이 완전 노출돼 멜트다운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됐는데도 ‘핵연료 일부 손상’이라고 사고를 과소평가해온 태도는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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