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 보도는 다이혼에이(대본영) 발표를 그대로 전하던 전쟁 보도와 다름없다.”
아사히신문이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4개월을 맞아 원전취재및 보도과정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과거 ‘다이혼에이(일본군 통합지휘 본부)’의 발표를 받아쓰던 태평양전쟁 때와 유사하다는 언론비평을 소개했다. 전문가의 입을 빌어 원전사고 보도가 수동적이었다는 ‘자기비판’을 한 셈이다.
아사히는 이날 우치다 다츠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의 지적을 소개했다. 우치다 교수는 “언론들이 원전관련 보도에서 독자성을 보이기는 커녕 타 신문과 다른 기사가 나가는 것이 두려워 보도수위를 맞추고 있다”며 “이런 ‘다이혼에이 발표’식 보도에 독자들은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진주만 기습공격 사실을 발표하는 대본영 보도부장 /출처= http://news.searchina.ne.jp
다이혼에이는 중·일전쟁이 발발하던 1937년부터 45년 8월15일 패망 때까지 일본 육·해군을 통합지휘해온 천황의 직속기구다. 도쿄전력과 정부발표를 비판없이 전해온 후쿠시마 원전사고 보도가 군부발표에만 의존해 불리한 전황은 보도하지 않으며 국민을 호도해온 태평양전쟁 당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우치다 교수는 이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전력회사및 정부, 국가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언론들이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비교적 비판적인 보도태도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언론들이 패닉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보도통제에 나서고 있다”며 원전사고를 계기로 언론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다케다 도루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도 “긴급사고시 전력회사가 관련 정보를 통제하리라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보도기관이 독자적인 방사선량 측정에 나서는 등의 취재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방사능 관련 보도는 어디까지가 확실한 사항인지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전하는 한편 대응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이날 특집기사에서 정부와 도쿄전력의 정보은폐가 적지 않아 취재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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