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22일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뤘던 2009년 총선 당시의 매니페스토(정권공약)에 대해 “본질적인 방향은 틀리지 않았지만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전망이 다소 안이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간 총리는 이날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약 35만원) 수당 지급’ 등 총선 정권공약의 수정여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부 적립금과 불필요한 예산 삭감으로 재원을 마련하려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 총리는 이어 “동일본대지진 대책을 보다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공약 중 재해복구사업에 밀려 추진을 할 수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이날 자민·공명당 간사장을 만나 “정권공약은 실현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오카다 간사장은 특히 어린이 수당에 대해 “대폭적인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혀 야당이 요구하는 수당지급대상 제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또 고교교육 무상화와 농가 호별소득 보상제 등 나머지 공약에 대해서는 여야간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민주당은 올초부터 핵심공약인 ‘어린이 수당’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비쳐왔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방식을 통해 수정방침을 밝힌 것은 동일본대지진 때문이기도 하다. 부흥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의 사과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자민당 간사장은 민주당의 사과에 대해 “여야 협의를 위한 환경정비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2009년 8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어린이 수당’, ‘고교 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등 ‘생활제일’을 앞세운 공약을 내걸어 3분의2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사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신자유주의식 개혁으로 양극화가 심화된데다가 2008년 금융위기 탓에 파견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까지 발생했다. ‘복지확대’가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에서 민주당의 판단이 안이했다. 민주당은 산하기관 지출을 줄이는 등 불필요한 예산삭감과 세제개편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2조8000억엔에 그쳐 목표(9조1000억엔)를 한참 밑돌았다. 세제 개편으로 마련하겠다던 2조7000억엔도 1조1000억엔에 머물렀다. 집권경험이 없는 민주당에 대한 관료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세율이 5%에 불과한 소비세의 증세 등 ‘정공법’을 쓰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민주당은 재원이 모자라자 공기업이나 특별회계의 잉여금 및 적립금에서 13조엔을 변통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딪혔고,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복구및 부흥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되자 부득이 ‘공약수정’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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