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정적자의 우려를 들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하면서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이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캐나다 보다 낮아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외신과 국내 전문가 전망을 토대로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정리했다.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는.
“S&P는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미 행정부와 의회간의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합의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충분치 못한 결정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세금인상 등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우려한 조치다.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이나 다른 부채상품 구매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경고다. 이론적으로 투자자들은 위험부담이 커지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이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AAA와 AA+의 차이는.
“큰 차이는 없다. 엄밀히 말해 AAA가 ‘최상’이라면 AA+는 ‘우량’등급이다. 상환 가능성은 AA+는 ‘매우’, AAA는 ‘극도로’ 높다. 게다가 미국이 세계최대 경제 대국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발행권을 갖는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개인 신용이 하락하면 차입비용이 불어나게 마련이지만 미국은 신용등급이 약간 떨어져도 그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관련 기관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강등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의 투매에 나설 가능성은 없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규제당국이나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국채의 안전성을 고려해 신용등급과는 다른 특별한 범주에 둔다. 또 단기 국채는 이번 강등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투매가 나타날 이유가 없다. 투자자들은 수년간 보유자산의 다양화를 추구해 왔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최대의 고정수입을 안겨주는 자산이다.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희박하고 달러화는 국제사회의 기축통화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은 어떻게 예측되나.
“일시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이나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신용등급 강등이 거론되는 와중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진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자금 유출이 진정되면 다시 미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부각되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달러를 보유할 동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미국 국채를 대신한 만한 자산이 없다. 또 신용등급 강등사태와 달리 미국 고용지표가 호전되는 등 실물경제가 약간 달리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보다 유럽이 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미국의 최근 고용지표는 다소 호전됐다. 신용등급 강등에 맞먹을 정도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나빠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신 6월 하순이후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상황이 더 나쁜 편이다. 이탈리아는 정부빚이 많은 상황에서 긴축조치를 둘러싼 국내 정치혼란이 우려된다. 스페인은 부동산 대출 부실이 증가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나빠지고 있다. 높은 실업률도 문제다. 그리스 등 구제금융 국가보다는 양호한 편이지만 그리스 위기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의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집중될 우려도 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등 재정위기 확산을 차단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을 초래한 1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이번 강등은 미국에 대한 질책이다. 미국 정책결정자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래전에 실추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신용평가사의 볼모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신용평가사의 결정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평가사가 모기지(주택담보채권)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고하지 못해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책 결정자와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다시 AAA 등급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인가.
“분석가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곧바로 다시 AAA 등급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 관계자들도 미국의 재정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려면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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