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세계 경제 불안 키우는 글로벌 불균형

서의동 2011. 8. 10. 20:29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불안 사태의 배경에는 ‘글로벌 불균형’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의 재정·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미국 국채를 사들였고,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재정적자국이면서도 넘치는 달러로 경제를 지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은 경기진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했다. 시중에 돈이 넘치자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막대한 주택자금을 빌려줬고, 그 채권들은 파생금융기법에 의해 고수익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 뿌렸다. 하지만 담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대형 금융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금융위기 사태가 초래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

 

이후 미국은 두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2조3500억 달러(약 2500조원)를 풀었지만 고용·주택시장 등 실물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재정적자만 커졌다. 무역수지에서도 불균형이 다시 커졌다. 지난 6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223억 달러로 전문가 예상치(142억 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반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5월)는 502억 달러로 2008년 10월(594억 달러)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불균형이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금융불안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을 전망이 없다는 점이 시장 참가자들을 불안케 한 것이다.    
 
냉전시대인 1985년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군비확장 정책으로 유발된 달러가치 하락 및 재정·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흑자국인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의 환율을 인위적으로 절상했다. 이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은 경제에 거품이 끼었다가 1990년대 부동산·주식시장이 붕괴돼 극심한 후유증을 겪은 반면 미국 경제는 되살아났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하며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중국이 과거 일본과 독일의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중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극력 피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조위안(790조원)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선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경제의 거품을 키웠던 글로벌 불균형은 금융위기 이후 청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는 달러 질서의 재편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할 나라가 없는 ‘G제로(0)’ 상태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통화안정은 미해결 상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하마 노리코(浜(矢+巨)子) 일본 도시샤대(同志社)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달러를 대체할 핵심통화가 없는 상황인 만큼 각국이 협력해 세계경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8일 긴급 개최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가 시장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시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구심점이 없는 세계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여실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