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복지깎아 공안예산 늘려

서의동 2008. 11. 23. 19:33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확충이 필요한 사회복지 예산은 실질적으로 줄인 반면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항목의 예산은 대거 증액하거나 새로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사회안전망 강화는 뒷전으로 한 채 정권 홍보와 공안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적절한 예산 증액=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2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예산 중 총리 공관관리 비용이 올해(7600만원)보다 5.5배 늘어난 5억원이 배정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 공관의 담장이 기울어져 보수할 필요가 있고, 회의공간인 삼청당의 보수비용이 늘었다”고 밝혔으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리공관 관리비용으로 5억원을 배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또 준법시위 정착 예산이 560억원에서 726억원으로 29.6% 증액됐다. 특히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 예산이 올해보다 4.7배 늘어난 31억88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익 동영상 제작 및 TV 광고, 법질서홈페이지 개발 등 홍보 예산이 크게 증가된 데 따른 것이다.

 공안수사 예산도 올해 29억원에서 38억4800만원으로 32.7% 급증했다.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법치를 가장해 신공안 정국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바람직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 사업을 신설해 5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중에는 △이용자 의식제고를 위한 홍보(15억원) △인터넷 역기능 예방활동(18억원) 등이 포함돼 있어 인터넷 감시를 위한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 폐지를 주장해온 이명박 정부는 올해보다 국정홍보 예산을 60억원 늘렸다.
 ‘금융정책 알리기’ 명목으로 2억8000만원, ‘노동현실 바로 알리기’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의 정권교체로 국회 비준이 사실상 장기표류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후속조치 명목으로 3억7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 교육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일제고사가 부활된 가운데 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을 위해 17억원이 배정됐다.

 ◇사회복지 예산은 줄어=이처럼 시급하지 않거나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분야의 예산은 대폭 증액된 반면 사회복지관련 예산 가운데 상당수의 항목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보건·복지 예산안은 74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3% 늘어났으나 공적연금 및 산재보험 등에서의 수급자 자연증가에 따른 증액분을 빼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항목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특히 기초생활보장 예산(1369억원), 장애인수당(419억원), 공공보건의료 확충(650억원),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354억원) 등 소외계층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예산들을 삭감했으나 예산심의 과정에서 조정중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경제위기로 많은 서민과 저소득층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정부는 준법시위 예산 등 불필요한 예산을 크게 늘렸다”며 “국민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이 서민 생계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