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재벌 ‘문어발 확장’ 환란때와 닮은꼴

서의동 2009. 1. 6. 19:44
ㆍ전체 업종의 75% 진출 … 종합건설업 가장 많아
ㆍ범 8대그룹 GDP 대비 자산비중 61% 사상 최고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이 가장 많이 진출한 업종은 종합건설업이며, 최근에는 부동산업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대 재벌들의 신규업종 진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과거 친족 계열을 합한 범 8대 재벌그룹의 투자 비중이 과잉·중복투자가 절정에 달했던 1996년과 맞먹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 경영이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재벌그룹, 건설·부동산업 진출 급증=경제개혁연대가 6일 내놓은 ‘2008년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업종 다각화 현황 분석’에 따르면 30대 기업집단이 진출해 있는 업종은 지난해 47개로 전체 표준산업분류(중분류)의 74.6%를 차지했다. 임업, 어업, 수도사업, 공공서비스 분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종에 진출해 있는 셈이다.
 30대 기업집단이 가장 많이 중복 진출하고 있는 업종은 종합건설업으로 19개 기업집단이 진출해 있으며, 19개 집단에 소속된 31개 회사가 종합건설업을 대표업종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건설업에 진출한 기업집단은 2002년 15개에서 19개로 증가했다. 또 최근들어 재벌그룹의 진출이 급격히 늘어난 업종은 부동산업으로 2002년 6개 기업집단에서 2008년에는 15개 기업집단을 늘었다.

 30대 기업집단이 진출해 있는 평균 업종수는 2002년 12.6개에서 지난해 15.9개로 평균 3.3개 증가했다. 30대 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집단의 평균 업종수는 20.4개로 외환위기 당시 수준(20개)으로 되돌아갔다. 총수가 있는 5대 재벌은 2003년(22.2개)이후 평균 업종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7.2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업종에 진출해 있는 기업집단은 삼성, SK, 두산으로 각각 32개였고, 금호아시아나(28개), 현대자동차(26개)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력 집중도 외환위기 수준=삼성, 한국전력, 현대차, SK, LG 등 5대 기업집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 비중은 2003년 45.95%에서 2007년 48.76%로 높아졌다. GDP 대비 매출액 비중도 2003년(40.66%)에 비해 3.37% 포인트 증가한 44.03%에 달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외환위기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범 삼성(삼성, 신세계, CJ, 한솔, 중앙일보) 등 과거 친족계열을 합친 범 8대 재벌그룹의 GDP 대비 자산비중 은 2007년 현재 60.73%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투자 비중도 37.54%로 과잉·중복 투자가 절정에 달했던 96년(39.21%)에 버금가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사무국장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된 것은 사전적 규제 장치들이 지속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사전적 규제의 폐지 또는 완화를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