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어린이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by 서의동
“원전을 절대 우리 아이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10살과 4살 짜리 딸 2명과 아내 등 일가족을 이끌고 사이타마(埼玉)의 집에서 1시간30분 가량 걸려 도쿄 메이지공원을 찾은 미나가와 와타루(皆川涉·37)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을 공원에 데려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쿄 북쪽의 사이타마는 방사선량이 비교적 높아 아이들이 마음대로 흙장난을 하도록 내버려 두기 어려운 처지다. 미나가와는 “원전사고를 겪은 뒤 원전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신주쿠구 메이지공원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주최측은 6만명, 경찰은 2만7000명으로 추산했다./by 서의동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원전반대 시위가 19일 도쿄 도심에서 벌어졌다. ‘사요나라(잘가라) 원전 1000만인 행동’ 실행위원회 주최로 도쿄 신주쿠 메이지공원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는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2003년 3월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 열린 이라크전쟁 반대집회 당시 참가자 5만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집회장인 메이지공원 입구는 다양한 반원전 포스터들의 경연장이었다./by 서의동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落合惠子) 등도 참가해 “원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원전에서 30㎞ 떨어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 주민들 40여명과 함께 새벽버스편으로 도쿄에 온 다카하시 케이(41)는 “‘탈원전’ 목소리를 좀더 크게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3개 대열로 나눠 시부야(澁谷), 하라주쿠(原宿), 신주쿠 등 도쿄 도심일대에서 “원전 필요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탈원전’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전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달리 ‘탈원전’ 행보를 늦추고 있다. 노다 총리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의 ‘원전 안전성과 핵 안전보장에 관한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안전하고 보다 신뢰성 높은 원자력 에너지의 확보가 계속 필요하다”고 밝힐 예정이라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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