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에 만연한 방사능 공포

일본 도쿄도 아다치(足立)구는 17일 구립 초등학교 교정에서 시간당 3.99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기계실의 물받이 홈통부근의 지표면에서 측정된 것으로 이다테무라(飯館村)를 비롯해 후쿠시마현 피난준비구역의 방사선량을 웃도는 수치다. 주민신고를 받고 구가 확인에 나선 결과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7개월이 넘어섰지만 방사성 오염 공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작성해 최근 공개한 오염지도 역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오염수준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의 ‘오염구역’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정부나 자치단체의 방사능 측정 결과를 불신하는 주민들은 학교, 공원 등 생활공간 안에서 ‘핫스팟’(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점)을 자체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50㎞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에서는 세슘보다 독성이 강한 스트론튬이 3곳에서 잇달아 검출됐다. 지난 11일 시내 고호쿠(港北)구의 아파트 옥상 진흙 퇴적물에서 1㎏당 195 베크렐(㏃)의 스트론튬 90이 검출됐다. 14일에는 같은 구의 오쿠라야마(大倉山) 도로 부근과 요코하마 아리나의 분수대 등 2곳에서 스트론튬이 추가 발견됐다. 정부는 그동안 원전 반경 100㎞내에서만 스트론튬 오염 여부를 조사해 왔다. 

　
도쿄 북쪽인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 가네호리(金堀)의 한 공원에서도 시의 조사 결과 1.55μ㏜가 측정돼 긴급 제염작업이 실시됐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공식수치를 크게 웃돈다. 요코하마시의 스트론튬 검출과 후나바시 공원의 핫스팟은 주민들이 검사를 의뢰했거나 직접 측정해 찾아낸 것이다. 
 

　
후나바시 지역 시민단체 ‘시민사회네트’의 아사쿠라 미키하루(朝倉幹晴·48)는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같은 공원 내에서도 국지적으로 ‘마이크로 핫스팟’이 있지만 행정기관은 이렇게 세밀하게 측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부과학성이 항공및 지상측정으로 작성한 도호쿠(東北)-간토(關東)지역 세슘 오염지도가 최근 완성돼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핫스팟’의 상세 분포도 드러났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세슘이 바람을 타고 남하하다 비에 섞여 낙하해 군마(群馬), 사이타마(埼玉)현과 도쿄도의 서부 산간지대인 오쿠타마(奧多摩) 일대의 토지를 오염시킨 것이다. 

　
특히 도쿄 오쿠타마는 세슘 농도가 1㎡당 6만베크렐(Bq)을 넘어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의 오염지역 기준(1㎡당 3만7000Bq)을 웃돌았다. 아사히신문 집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정한 제염(오염제거) 대상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 이상 지역은 8개현 1만3000㎢로 일본 전체면적의 3%에 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식품오염 문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지역인 벨라루시의 경우 어린이 식품규제치가 가 ㎏당 37Bq인 반면 일본은 500Bq로 13배나 높다. 우크라이나의 음료수 기준치는 ℓ당 2Bq로 일본(200Bq)보다 100배나 엄격하다. 

　
일본의 식품유통 행정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정부기준으로는 후쿠시마 쌀과 니가타 쌀을 섞어 ‘국산’으로만 표시해도 표시기준상 위법이 아니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엔 수도권내에서 비교적 방사선량이 높은 지바현 가시와(柏)시에 식품 방사능 오염측정기를 주민에게 대여해주는 업체가 문을 여는 등 민간의 자구노력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