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홋카이도 곰 비상

서의동 2011. 10. 18. 20:53
“처음엔 덩치 큰 개인줄 알았는데 주인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滉)시의 택시 운전기사인 아즈마 신지(東伸二·42)는 지난 6일 정오쯤 주오구(中央區)의 한 병원 구내를 어슬렁거리는 야생곰을 목격했다. 택시로 뒤를 쫓자 야생 곰은 성큼성큼 도망치며 사라졌다. 버스정류장 부근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야생곰을 봤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주오구 마루야마(円山)지구에서는 이날 하룻 동안 목격신고 11건이 접수됐다. 
 
겨울 관광지로 유명한 삿포로시 주민들이 ‘히구마’로 불리는 야생 큰곰의 잦은 출몰로 공포에 떨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시내에서 곰을 목격했다는 신고건수는 73건으로 지난해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JR 삿포로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시내 주택가까지 곰들이 진출하면서 초등학교들이 집단하교에 들어갔고, 근린공원과 자연 산책로가 속속 폐쇄됐다.  
 
홋카이도에는 2000년 조사결과 야생 큰곰이 1800~3600마리가 서식 중이었지만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곰의 출몰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도토리 풍년으로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먹이가 부족해진 탓도 있지만 택지개발로 곰 서식지와 주택가가 가까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기심 많은 어린 곰들이 시내를 배회하거나, 잔반에 맛을 들인 곰들이 주택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삿포로시는 동면을 앞둔 11월까지 야생 곰의 출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직원들이 밤새 순찰에 나서고, 음식쓰레기를 신속하게 수거하는 등 비상대책에 들어갔다. 주민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곰 퇴치용 스프레이나 경종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전했다.